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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뚜쌤 Dec 14. 2020

코로나19시대, 민주시민교육

2020년 3월 코로나 19로 학교는 사실상 폐쇄되었고 아이들이 없는 교실에서 봄을 기다렸다. 등교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교실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환경과 전통적인 학교의 기능이 멈추어졌다. 또한 디지털 공간이 학교와 교실 역할을 대신하였다. 

    

3월 개학하기 전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재구성했던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은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에 적용하기 힘들었다. 수시로 바뀌는 등교 상황으로 원활하지 않은 학사일정에서 토의, 토론을 중심으로 한 민주시민교육과 프로젝트 주제통합 교육과정 운영은 시도 자체가 어려웠다. 코로나 19로 이전과 이후의 교육체계가 달라진 것이다. 원격 교육이 점점 더 강조되고, 다양한 학습 도구와 교육 플랫폼은 더욱더 넓어졌다.      


학년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온라인 클래스나 학습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활용하고 <EBS> 또는 유튜브를 검색하여 좋은 콘텐츠를 링크해 주었다 또 교사들이 직접 목소리를 넣어 콘텐츠를 제작하여 제공하는 것이 일과였다.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아 가정과 소통할 수 있는 학교 플랫폼을 만들어 매일매일 학생들의 학습 상태와 건강을 점검하였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던 교사들도 온라인 개학이 길어지면서 '자괴감'을 들어내고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번 초등민주시민교육연구회에서는 현장 교사들의 혼란과 불안을 직시하며 지금 여기 코로나 시대의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물론 코로나 19로 인해서 교실 수업은 어쩔 수 없이 교사의 일제식 수업으로 되돌아갔고, 학생들이 협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원격수업의 한계와 교과서 중심의 교육과정에 문제점이 제시되고 있다. 가정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학습에 대한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사교육은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인한 부정적인 현상들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물론 학교가 코로나19를 예방하고 방역하는 역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학교의 역할이, 교사의 역할이 변화하는 건 시대적 흐름이다. 학교에서 교과서 중심으로 가르치는 교육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하는 방법과 소통하는 방법, 공동체 사회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을까? 교육은 관계를 통해 완성된다는 말처럼, 학생과 학생,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교사 간 관계를 통한 의미 있는 상호작용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수동적인 입장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닌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배움’의 주체가 되는 능동적인 교육 활동이 점점 더 요구되지 않을까?     


 그래서 학교는 더욱더 ‘민주시민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주제로 학생들을 만날지 교사는 고민해야 한다. 또한 비대면 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해야 하고, 학생들 간의 접촉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지 구성해야 한다. 이제 교사들은 지식 전달자의 모습에서 벗어나서 학습 촉진자, 즉 학습 코디네이터로서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지식 전달을 대체할 수 있는 학습 도구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며, 원격수업을 통한 고도의 학습관리시스템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학습자의 특성, 학습 수준, 학습한 이력 등 다양한 정보들이 누적되고 수집 분석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말하고 있다.      

 온라인의 무궁무진한 콘텐츠 자료를 찾아서 탑재하고, 학생들의 학습상황을 꼼꼼하게 조사해서 피드백을 주는 교사가 능력 있는 교사라고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지금은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모두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기에, 학교 현장의 다양한 연구와 실천, 학습공동체 활성화를 통해서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실천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또한, 현장교사 중심의 연구회 및 네트워크에서 코로나 시대의 교육과 배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발성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할까? 코로나 상황에서 교육과정 운영의 기본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삶의 맥락을 살펴 원격 수업과 대면 수업을 설계하고 잘 연결할 수 있을까?                


코로나 이전의 일상적인 수업에서는 침묵으로도 가르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민주적인 문화를 경험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격수업 시대 콘텐츠를 제공하고 매일 학습 진도와 건강 상태를 주로 점검하다 보니 정작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배움을 경험하는지를 놓치고 있었다. 미래 교육의 대안이라 불리는 온라인 교육에 정작 교육과 교사가 없는 건 아닐까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우리는 어떤 교육을 고민해야 할까? 


2020년, 연구회 선생님들과 교육과정 재구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학생들이 스스로 삶에 주인이 되는 경험을 수업에 담아보고 싶었다. 또한, 2020년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처음으로 18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해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에 ‘민주시민교육’의 요소를 반영하기 아주 좋은 시기였다. 하지만 코로나 19라는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으로 3월에 시작되어야 했던 계획이 무너졌다. 4월 개학을 기다리며 다시 점검하고 준비했지만, 온라인 개학으로 방향이 정리되면서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연기와 취소가 되어 힘이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선생님들과 함께했던 협의회 과정 자체가 ‘민주시민교육’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과 철학을 공유했고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시간은 비록 학생들은 만날 수 없었지만, ‘배움’을 느낄 수 있기에 충분했다.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선생님들이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흡사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 현장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교육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혼란스러웠던 시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조금씩,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고 유의미한 경험을 축적해나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온라인 교육에 대한 경험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학습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학교 교육의 본질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며, 학생들의 공동체성과 시민 의식을 높일 수 있는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실천이 요구될 것이다.      

또한 학교와 교사는 더욱 더 ‘민주시민교육’에 집중하고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때 학교 안 교육공동체 속에서 함께 철학을 나누고, 교육 활동을 기획하여 함께 실천하는 과정에서 교사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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