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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시선의 착취에 관해

넷플릭스 '큐티스' 논란

by 영화평론가 최재훈
좌 : 넷플릭스 포스터 / 우 : 오리지널 포스터

논란이 되고 있는 넷플릭스 ‘큐티스’에 관해 동아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긴 내용 중 인용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최재훈 영화평론가는 “소녀를 바라보는 감독의 관점과 여자아이들의 육체를 성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훑어 내려가는 카메라의 시선에 분명 문제가 있다”며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톰보이’에도 소년이 되고 싶은 10대 소녀의 누드가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카메라는 한 번도 그 육체를 대상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아 개인 채널로 공유한다.

‘큐티스’ 논란은 넷플릭스가 주로 영화를 다루는 상업적 방식에서 기인한다.

실제 영화가 가진 전반적인 메시지와 상관없이 '예고편'은 영화 속에서 가장 자극적인 장면들만 모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예고편은 사실 편집이라는 관점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화의 가치와 또 다른 목표를 가진다.

춤을 추는 장면 이외에, '큐티스'에는 아주 중요한 장면들이 많지만

넷플릭스는 영화 속 소녀들의 육체를 착취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런점에서 '큐티스'라는 영화가 소녀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 예고편은 명백히 아동성상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경우 빈민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아이들이 겪는 지독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소녀의 삶을 동정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관객들의 감정을 착취하는 법이 없기에, 불편한 이야기지만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큐티스’의 경우는 감정을 착취하는 방식을 취한다. 감독은 관객들이 끊임없이 영화 속 소녀의 현실을 동정하게 한다.

무슬림 소녀가 겪는 삶을 보여주는 방식에 이미 아이를 깊이 동정하고 있다. 그래서 아동성상품화를 비판하는 방식도 성상품화를 더욱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다.


영화의 주제의식은 소녀의 성장과 자아찾기 등 충분히 의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무슬림 소녀의 자유의지를 춤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이 소녀를 바라보는 관점과 카메라의 시선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카메라는 이미 여자 아이들의 육체를 성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훑어내려 간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는 소년이 되고 싶은 10살 소녀를 그린 영화인데, 여자아이의 누드가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카메라는 한 번도 소녀의 육체를 대상화하지 않는다.

더불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의 삶을 단 한 번도 비극적으로 강조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큐티스’라는 작품 자체를 놓고 보면 영화제에서 좋아할 만한 여러가지 요소를 담고 있다. 무슬림 소녀의 성장이야기, 선댄스가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체적인 영화의 소재는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요소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큐티스’의 메이무나 도꼬레 감독이 가지는 관점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소수자를 바라보는 관점과 그 표현방식 때문이다.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차별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큐티스’는 폭력의 위험성을 알려주겠다며, 실제로 뒷통수를 한대 때린다.


영화를 포함한 예술은 사람을 다루는 인문학의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사람을 대하는 예술가의 관점은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창작자가 가진 관점이 작품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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