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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우먼>과 <어떤 여인의 증명>, 그 사이

8090 2본 상영관 (1)

by 영화평론가 최재훈

고딩 때였다. 한창 흥행하던 성인영화를 보기위해 친구들과 변두리 2본 동시 상영관을 찾았다.

마침 <보디우먼>이란 유럽 영화를 함께 상영 중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나는 멍하게 비내리는 스크린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안개 속 텅빈 풍경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영화라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 수 있구나. 줄거리와 상관없이 이미지와 사유를 담을 수 있는 거라면 한 번 해봐도 좋겠단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다.

아주 오랜 뒤, 그 영화가 <identificaion of a woman>이란 멋진 제목을 가진, 세계적인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70대에 만든 영화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던, 점프컷에 가까운 편집은 상영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수입사에서 막 잘라냈기 때문이라는 것도...


2시간10분 영화를 1시간 30분으로 둔갑시킬 수 있었던 흑마술의 시대였으니...

문득 생각난 내 인생의 영화, <보디우먼> 혹은 <어떤 여인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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