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시작하는 날에 아이들에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반장의 역할에 대해 공지를 했다. “반장은 학교의 규율을 잘 지키고, 학급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반장이 되면, 선생님들의 심부름을 많이 하는데, 반장이 된 후에 ‘공부해야 할 시간을 뺏겼다’고 말할 거면 처음부터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는 잘하지 못해도 좋다. 다만 반장을 하면 공부도 열심히 해서 스스로도 성장하고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모범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해 두었다.
며칠 후에 반장선거를 했다. 반장을 하고 싶은 학생은 손을 들어 표시하라고 했는데, 박완기라는 학생이 자원을 했다. 완기가 손을 들자 몇몇 아이들은 반장선거가 이미 선거가 끝났다는 듯이 박수를 보냈다.
추가로 입후보할 친구가 있는지를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몇 번이나 물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완기는 자연스럽게 반장으로 선출되었다. 완기가 1학년 때, 반장으로 활동한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반 친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줄은 몰랐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박완기 학생은 한 마디로 ‘상남자’ 스타일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와 같은 캐릭터는 아니지만, 카리스마는 그와 비슷하다. 공부를 잘하고, 축구도 잘한다. 남자 고등학교에서 이 두 가지를 잘하면 인간관계에서는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완기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팀을 통솔하는 능력이 있고, 정의감도 강하다.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승부욕도 강하다. 누군가에게 지면 분해서 잠을 못 이룬다. 그래서인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불굴의 의지로 끝까지 완성해 낸다.
나에게 완기가 어울릴 대학교를 추천하라고 하면, 육군사관학교를 추천할 것이다. 어쩌면 영어도 잘하니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나 미국 해군의 엘리트 특수부대인 네이비 씰 같은 곳에 어울릴 만한 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