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우들이 너무 빨리 친해지다 보니 부작용이 생겨났다. 일부 선생님들은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다고 했다. 또 다른 선생님은 아이들이 전혀 통제가 안 된다고 했다. 아이들의 활발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선생님들은 감당하기 힘들어하셨다.
그런 선생님들이 있는 반면에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이 밝고 쾌활해서 수업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적극적이고 살아있는 수업을 할 수 있어서 우리 반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도 있었다. 아이들은 똑같은데 선생님들의 평가는 판이했다.
나는 아이들의 밝은 기운과 적극적인 에너지가 좋다. 잘만 사용하면 살아있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물론 과도한 에너지로 인해 아이들이 너무 들떠있거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행동과 태도를 교정하는 것이 우리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공부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태도를 구분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떠들거나 웅성거리면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는 대신 ‘이렇게 떠들고 활발한 너희들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말해준다. 소리 지르며 아이들을 진압하는 것과 다른 방식에 아이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하며 귀를 쫑긋 세운다.
“너희들 나이를 생각해 봐. 너희들은 이제 10대 후반의 고등학생들이잖아. 그런 10대의 학생들이, 게다가 남자 고등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니니?”
아이들은 나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의 교육제도는 정상적인 아이들을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학업에 지쳐 수업 시간이 지겨운 아이들, 교과 내용을 따라가지 못해 잠을 청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무겁다. 그 아이들의 눈빛을 외면하고 수능을 대비한 문제 풀이를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에게도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조용히 공부만 한다는 것이 정상적인가?' 피 끓는 고등학생들을 입시라는 수갑으로 결박하여 너무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 우리 교육에 안타까움이 있다. 학생들의 활발한 에너지를 건강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아이들은 공부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할애해야 한다.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학생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겠는가? 최근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났고 취업에서 자신만의 차별점을 요구하는 곳도 많다. 더욱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을 물어보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할 직업군이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는 가장 핫한 직업 중 하나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졌는데, 학교는 몇십 년 전의 국영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존에 가르치던 영역을 반복하고 있다. 영어를 10년 넘게 공부해도 외국인과 만나면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든 게 현실인데, 과연 이 교육이 올바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변별력 측정을 목적으로 하는 수능 공부는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학교도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아이들의 개성과 취향을 고려해서 그에 맞는 학습을 도와야 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게 즐거움과 놀이의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런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길을 탐구하며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은 긍정적인 기분은 새롭고 다양한 사고와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하였다. 그는 《긍정에 관한 최고의 연구: 3대 1의 비율이 당신의 삶을 바꾼다》에서 행복한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행복하게 정돈된 인생을 사는 한 가지 방법은 한 번의 부정적인 기분을 겪을 때마다 최소 세 번의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라”
바바라 프레드릭슨의 말을 참고한다면 학교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 학교에 아이들이 산책할 수 있는 공간, 자연과 더불어 쉴 수 있는 공간, 벤치에 앉아서 얘기 나눌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다. 물론 맛있는 간식도 제공되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이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공부도 집중해서 할 것이다. 자신의 내면세계로 들어가서 차분히 미래를 설계하며 오롯이 학습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시간보다 수업에 집중하고 열정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것이다.
나는 학교가 이렇게 변해갔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게 자율권을 주고 그들을 한 인간으로 존엄하게 대우한다면 그들 역시 존엄한 개체로 성장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슬기로운 학교생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