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은 내 생일이다. 개학하고 바로 생일이 찾아오기에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 생일을 챙겨본 적이 거의 없다. 새 학기 적응에 바쁘기도 하고, 아직 친해지지도 않은 친구들과 생일을 기념한다는 게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날도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데, 영어과 부장 선생님이 어떻게 알았는지 메신저를 통해 ‘생일 축하한다’라는 문구와 함께 ‘1학기 수행평가 계획서를 작성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파일을 받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우리 반 학생이 외출증을 끊으러 왔다. 외출증을 써 준 다음, 나는 수행평가 계획을 정리해서 부장 선생님에게 보냈다.
마지막 시간이 우리 반 수업이었다. 교실로 들어가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우리 반 학생 중에 오늘 생일을 맞은 아이가 있나?’라고 생각하며, 사태 파악을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갑자기 형광등이 꺼졌다.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커튼을 짙게 쳐 놓았는지, 교실이 어두워졌다.
나는 불을 켜려고 전등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는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러자 평소와는 다른 교실 구성이 눈에 들어왔다. 앞쪽에는 자리가 텅 비었는데, 그 아이들이 맨 뒤쪽에 서 있었다. 대략 10명 정도 되어 보였는데, 내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자 갑자기 모세의 기적처럼 가운데가 열렸다. 그 사이로 반장이 나타났다. 촛불이 활활 타고 있는 케이크를 반장이 가지고 나오더니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제야 아이들이 케이크를 안 보이게 하려고 축구의 스크럼처럼 진영을 짜서 교실 뒤쪽에 무리 지어 서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물끄러미 서 있는 나에게 한 목소리로 촛불을 끄라고 했다. 아마 잠시 감동의 물결로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 나는 촛불을 끄며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너희들은 사회생활 잘할 거야!’
나는 케이크를 36등분 해서 아이들에게 일일이 케이크를 나눠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번뜩이는 재치와 재빠른 임기응변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내 생애 가장 인상 깊은 생일이었다.
‘애들아! 고맙다’
나중에 오늘이 선생님 생일인 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외출증을 끊으러 왔던 학생이 우연히 모니터를 보았다고 하였다. 컴퓨터 스크린이 학생이 보는 쪽에서 약간 기울어져 있었기에 아무것도 못 봤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그 녀석은 눈썰미가 대단하다.
아이들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였다. 급히 비공식 학급 회의를 개최해서, 때마침 6교시가 담임 선생님 수업 시간인데, 그때 생일파티를 열자고 계획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돈을 각출하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케이크를 사 왔다고 했다. 때마침 외출증을 받아 놓았던 것을 쏠쏠하게 잘 사용했다고 했다.
한 학생이 계단에서 내가 올라오는 걸 망보고 있다가, 친구들에게 알린 다음, 그 짧은 시간에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고 했다. 스크럼을 짜는 것은 축구 전문가이자 반장인 완기의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참, 대단한 아이들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잘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