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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일출 May 29. 2023

아이 마음속으로

이해와 신뢰의 상담

나는 평소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학업을 해결해 줄 수는 없어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고, 그 아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아이들을 성장과 발달을 위해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 나는 매주 1명을 상담하기로 결심하고 아이들과 규칙적으로 만났다. 한 주에 1명을 상담하는 것은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수업 외에도 학교업무처리, 시험문제출제, 수행평가, 생활기록부작성, 당장 문제 있는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규칙적으로 반 아이들을 상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상담을 하면 아이들의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은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고등학교 남학생들과 상담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만한 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시도일지 모른다.


학생들의 상담에 대한 접근방식은 ‘새로운 학년이 되었으니 선생님이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차원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진로나 학업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은 학생과의 문답이 어렵지 않다. 가정환경과 같은 부분은 물어보기 어렵긴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림짐작으로 유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형식적으로 만나는 상담은 지양하고 싶었다.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내면세계를 엿보고 싶었다.      


‘아이의 고민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힘들까? 어려움을 털어놓기만 하더라도 마음이 가벼워질 텐데…’  

   

아이들을 돕고 싶어도 그들이 곁을 내어주지 않으면 힘을 보태줄 수가 없다.     


‘어떻게 접근하면 아이들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까?’      


늘 이 질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아이들과 ‘친해져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이들과 운동하며 그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늘려갔다. 처음부터 성공적인 상담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과의 만남도 정기적으로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서로 간에 신뢰가 생성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할 거리가 조금씩 많아졌다.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 중 내밀한 부분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나를 믿고 신뢰할 때, 나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의 노력이 통했는지 한두 명씩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터놓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공부, 성적, 진로, 인생, 꿈과 과년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끔은 아이들이 궁금한 점을 먼저 물어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동안 막혔던 이야기의 봇물이 터지는 것을 경험한다. 교사와 학생 간에 믿음이 형성되고 말의 물꼬가 터지기 시작하면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교사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며 아이들의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교사가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상담은 취조가 아니다.

교사는 아이들 또는 자녀들의 부모와 상담을 많이 하긴 하지만 상담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서 상담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교사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친밀감이 결여되어 있을 때는 대답하기 꺼려지는 질문이나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억지로 아이에게 말을 하라고 압박하게 되면 서로의 관계만 나빠질 뿐 소득이 별로 없다.

상담은 취조가 아니다. 아이들이 대답을 꺼려할 는 화제를 전환하는 게 좋다. 상담은 아이와의 관계에서 벽을 세우기 위 것이 아니라 높은 벽이 있다면 이를 허물고 그들을 구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학생과 상담하다 보면, 가끔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와 이야기할 때면 교사도 인간이기에 감정이 상할 수 있고, 마음 다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 아이가 교사의 기분을 일부러 상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아이일수록 더욱 이해받고 공감받길 원하는 아이일 가능성이 크다.

그 아이는 가정에서 부모와 대화가 원활하지 못했다든가, 또는 존중받지 못했을 수 있다.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니 외부 환경에서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학생일수록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 교사가 그 아이의 편에 서서 동일한 방향으로 당면한 과제를 함께 바라볼 수 있다면 아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대답 방식이나 답변에 대한 태도를 지적하다가 소중한 만남을 낭패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개선해야 할 문제를 가르칠 때, '지적질'은 좋지 않다. '지적질'로 변할 것 같으면 이 세상에 문제 있는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오랜 교사의 경험상 상담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아이들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교사의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 마음속으로 들어갈 때 아이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 것이다.

명심하자. 상담의 핵심은 ‘너를 돕고 싶어’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선생님이 아이의 마음을 터치할 때, 상담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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