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기는 공부, 운동, 독서, 교우관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가지고 있는 열정이 워낙 큰 데에다 인생살이에도 관심이 많아서 소위 말하는 팔방미인이었다.
그런 나에게 완기의 관심사를 하나만 꼽아보라고 하면, 두 말하지 않고 축구라고 말할 것이다. 완기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했다. 축구를 하는 완기는 무척 진지하다. 공을 몰고 적진을 가로지르며 친구들을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완기의 모습은 그야말로 중원의 지휘자인 박지성 선수를 연상시킨다.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운동장 곳곳에 등장해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완기를 보면 그의 열정에 경의를 표할 정도이다. 완기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축구에 임하는 자세를 볼 때마다 나에게도 그의 열정이 전달되는 것 같았다. 축구를 하며 운동장을 누비는 완기는 세상을 다 가진 아이처럼 행복해 보였다.
완기는 그렇게 운동할 때 직성이 풀렸던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이런 패턴으로 살아왔고, 또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니 완기의 학창 시절에서 축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게다가 완기는 반장까지 맡고 있었으니 학급에서도 신경 쓸 일이 많았다. 반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고, 본인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는 이를 수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떨 때는 담임인 나보다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무엇을 하더라도 대충 하는 법이 없었기에 선생님들도 완기를 칭찬했다. 아이들도 완기의 리더십을 인정하는 터라, 완기가 말하면 웬만해서는 수용하는 편이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인간관계도 좋은 데다가, 외향적이고 리더십까지 갖춘 완기를 어느 누가 싫어할 것인가. 반을 위해서, 또 친구들을 위해서 솔선수범하는 완기는 그야말로 우리 학교의 최고 인기남이었다. 나는 그런 완기를 격려하고 늘 칭찬해 왔다.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아이가 나를 찾아왔다. 외적으로 풍기는 신감과 능력치와는 별개로 완기는 말 못 할 고민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더니 완기가 그랬다. 나 또한 완기가 그렇게 고민이 많은 줄 몰랐다.
완기의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성적이 상위권이긴 하지만 의사가 되기에는 수시도 정시도 부족하다고 했다. 열심히 공부하긴 하지만 꿈이 좌절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완기가 공부를 잘하긴 하지만, 의사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의사는 학업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야 한다. 내신 성적도 교내에서 최고의 점수대를 형성해야 한다. 완기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또 잘하기도 하지만, 내신성적으로 의대를 진학할 만큼의 점수는 되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서 수시로 의대를 가려면 적어도 전교석차 5위권 정도는 형성해야 한다.
정시로 의대를 가기위해서는 수능에서 본인의 최고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실수는 치명적이다. 이런 현실에서 완기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