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완기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저 아이가 가진 부담감을 덜어 주는 것과 아울러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나는 지금까지 완기가 걸어온 길을 인정해 주었다.
“완기야, 선생님이 보기에는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공부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반장으로서 급우들에게도 인정받고 있잖아. 게다가 너는 운동장의 캡틴이기도 하잖아.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니?"
“하지만 선생님, 의대는 그런 학생을 뽑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수시로 진학하기에는 내신성적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모의고사 성적이 의대에 들어갈 만큼 안정적이지 않잖아요?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최상위권의 점수에는 못 미치고… "
완기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얘기를 덧붙였다.
"선생님, 저는 요즘 악몽을 꿉니다. 수능 고사장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데, 문제를 다 풀기도 전에 종이 울리는 게 아닙니까? 종소리에 놀라 잠을 깬 게 벌써 몇 번이나 되는 줄 모릅니다”
“네가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큰가 보구나! 그래. 네 말대로 의대 진학은 어려운 목표지. 그리고 너의 현재 점수로는 합격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지. 하지만 완기야! 그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이 땅의 고3 학생들은 누구나 비슷한 걱정과 고민을 안고 있어.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전교 1등인 수험생에게도 물어봐도 동일하게 대답할 거야. 아무리 공부를 잘하더라도 시험에 대한 부담감은 있기 마련이거든. 사람이 단점에 집중하면 한없이 흔들리고 약해져. 너는 분명 장점이 많은 아이야. 완기, 너의 크고 놀라운 에너지가 네 꿈을 달성하도록 이끌 거야. 그러니 너 자신을 믿고 우리 끝까지 노력하기로 하자.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고,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자. 완기야! 마음을 굳게 먹으렴.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겨내겠다고 마음먹으렴. 그리고 당당히 도전하렴. 그렇게 해서 네가 말했던 것처럼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상 끝까지 예수님의 믿음을 전파하는 거야. 넌 할 수 있어"
“네, 선생님. 선생님께서 격려해 주셔서 제가 다시 자신감을 회복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완기야! 지금부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 씨는《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라는 책에서 '자신의 경쟁자는 어제의 강수진'이라고 말했어. 이 말을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우리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을 경쟁상대로 삼지만, 사실은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자의 학습량과 그들의 학습태도는 통제할 수가 없어. 우리는 오직 우리 자신만을 완전하게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그날 할 일을 계획하고 묵묵히 실천할 뿐이야. 괜히 너보다 뛰어나고 공부 잘하는 경쟁자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소중한 너의 에너지만 낭비되고 패배감만 불러일으키게 돼. 그러니까 지금부터 네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너에게만 집중하는 거야"
"나에게만 집중한다" 완기가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완기야! 강수진 씨와 마찬가지로 너의 경쟁자는 어제의 박완기로 삼자. 그리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불사르자"
"어제의 나와 경쟁한다… 와우, 멋진 말인데요. 선생님 말씀대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지금부터 어제의 박완기와 오늘의 박완기가 경쟁해 보겠습니다"
"선생님은 완기를 믿어. 넌 분명히 의과대학에 진학할 거야. 너도 너 자신을 믿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길 선생님이 응원할게. 발레리나 강수진 씨처럼 어제보다 조금 노력해서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보자"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나의 경쟁자는 언제나 어제의 강수진이었다. 연습실에 들어서며 나는 어제 강수진이 연습한 것보다 강도 높은 연습을 1분이라도 더 하기기로 마음먹는다. 무대에 오르며 어제 강수진이 보여준 공연보다 더 감동적인 공연을 보여줄 것을 다짐한다. 어제의 강수진보다 더 가슴차고 열정적인 하루를 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