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과 관련한 전문가이다. 그가 쓴 《Flow》에는 몰입에 대해 다양하게 분석하였다. 우선 몰입의 개념에 접근하기 위해 그는 심리적 엔트로피와 최적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플로우를 설명한다. 그가 말한 몰입의 핵심적인 개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심리적 엔트로피'란 의식의 무질서 상태를 말한다. 외부 환경이나 심리적인 취약성으로 인해 자아 기능의 효율성이 손상되었을 때 심리적 엔트로피를 경험하게 된다.
'최적경험'은 자아를 방어해야 하는 외부의 위협이 없고, 의식이 질서 있게 작동해서 우리가 주의를 자유롭게 사용할 때를 말한다. 이러한 최적경험의 상태를 바로 플로우(flow) 경험이라고 말하는데,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사람들이 최적 경험을 묘사할 때,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느낌' 또는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플로우 상태라는 것은 우리가 완전히 어떤 것에 몰입했을 때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르는 백 퍼센트의 주의 집중 상태를 말한다.”
플로우를 경험한 한 무용수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 곳에서도 맛보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어느 때보다도 더욱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아마 내 삶의 문제들을 잊으려는 노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용은 나에게 치료 과정과도 같습니다. 내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할 때, 연습장에 들어가는 순간 그 문제들은 다 문밖에 떨구어 버리게 되지요.”
무용을 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무용과 하나가 되어 버리는 순간이 바로 플로우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우리도 좋아하는 운동을 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볼 때,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할 때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활동에만 전념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바로 그런 활동이 플로우를 말한다. 물아일체의 경험, 즉 과정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서 자신이 하는 활동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일상에서 할 수 있다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할것이다. 몰입이 자신이 하는 일이나 업무에 이용된다면 그 사람의 성장과 발전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자기가 하는 일이 재미있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 것인가? 게다가 업무에서 플로우 상태를 자주 경험하게 되면 자신이 하는 활동에 만족감이 높아진다. 그런 상황을 경험하는 자신이 좋아지기에 자존감도 커지게 된다.
"플로우 상태를 경험하는 사람은 그의 심리적 에너지가 그 자신이 선택한 목표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 대부분 사용되기 때문에 더 강하고 자신에 찬 자아를 형성한다"
플로우 상태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어떤 일에 몰입할 때는 자신이 정한 방향과 목표를 향해서 진행하고 있는 일에 빠져들어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계속해서 의식하며 조바심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면 실패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온전한 몰입을 경험할 수가 없다'
내가 《Flow》를 꺼낸 이유는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게 바로 이 ‘몰입’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 외에도 할 게 너무 많다. 아이들은 게임,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유튜브 등으로 쉴 새 없이 전화기를 사용한다. 폰 없이는 친구들과 교제도 할 수 없고, 개인의 여가시간도 보낼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연락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고, 영상을 보고,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한다. 전자기기 사용이 일상에서 자리 잡다 보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뒤로 밀려나고 스마트폰에 매여 사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 이미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습관을 바꾸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아닌 것을 알면서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다. 간혹 학생들이 수업시간이나 자습시간에도 선생님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빼앗기기라도 하면, '학습에 필요한 정보를 살펴보려고 했다. 수행평가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다'며 빼앗긴 전화기를 달라고 선생님과 신경전을 펼친다. 평소의 예의 바른 아이가 얼굴색까지 변하며 따박따박 말대답하는 것을 보면 당황스럽다.
나는 가끔 인생의 주인공이 우리 자신이 아니고, 스마트폰인 것 같아 씁쓸함을 느낀다. 학생들이 책을 펼쳐놓고 공부에 집중할 만하면 친구들의 연락이 온다. 친구에게 답장을 하면 또 알림이 울린다. 이번에는 단톡방이다. 그렇게 또 다른 친구와 연락이 되고, 자연스럽게 여러 명이 몰려와서 글을 남기고, 사진을 올리며, 생각과 의견을 공유한다. 스마트폰으로 톡을 한 후에는 인스타그램을 연다. 새롭게 올라온 사진에 댓글을 단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은 오래되었지만, 실제로 학습하는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길들여져 이런 습관이 형성되면 공부와 가까워지기가 힘들다. 꼰대처럼 들릴 줄 모르지만, 공부 중에는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전환해 놓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적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효율적인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일상은 점점 개인화되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며 살아가는데, 실상은 네트워킹으로 묶여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가 너무 힘들다.
늘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보니 자신을 가꾸는 시간, 자신을 성장시키고 발달시킬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학업에 몰입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자신을 위해 온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학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승리한다.
생각보다 발전을 이루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갖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과 발전은 거기에서부터 일어난다. 학생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