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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일출 Jun 06. 2023

교사의 한마디는 아이를 살릴 수도 있다

의대합격

어느 날, 카카오톡으로 사진이 한 장 날아왔다. 대학교 합격통지서였다. 당시에는 2학년 담임을 하고 있었기에 합격통지서를 보내올 만한 학생이 없었다. 재수생 중 한 명일 것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사진을 열어보았는데, 이는 다름 아닌 완기의 의대 합격증이었다. 기뻤다. 그만큼 힘들게 준비했기에 이 순간이 더욱 빛나보였다.

‘아들이 의대에 합격하면 이런 기분일까?’


기쁘다는 말만으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간의 완기의 고생과 노력에 감동의 물결이 몰려왔다.


나는 완기의 의대 합격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곧바로 전화를 했다. 전화기에서 감격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그간의 고생과 힘듦이 느껴졌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버텨준 완기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진심으로 완기를 축하해 주었다. 완기는 이 모든 게 선생님 덕분이라고 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어려운 환자들을 돕고, 의료선교도 가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기쁜 순간에도 완기는 조금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런 학생이 의사를 해야지. 그래야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지’  

   

완기는 며칠 후에 학교를 방문했다. 그간의 고생과 노력에 대해 담담히 말하는데, 참 대단해 보였다. 나 같았으면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을 것 같다.


나는 완기에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데, 넌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니?”라고 물어보았다. 그때 완기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반의 급훈인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할 때,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면서 재수에 떨어진 후 친구들과 대만 여행 중에 나에게 줄 선물을 샀다며 컵 받침대를 내밀었다. 컵 받침대에는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의 졸업식에서 말했던 "Stay Hungry, Stay Foolish"가 쓰여 있었다.

완기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실 대만 여행 친구들이 졸라서 간 것이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였기에 여행을 즐기지도 못했다고 했다. 다만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그래도 조금 위로가 되었고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여행 중에 계속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의대를 포기할까?'라는 었다고 했다. 의대를 들어갈 수는 없지만, 연고대에 들어가서 좀 더 행복하게 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냐?'며 한탄하며 마음속으로는 몇 번이나 의대를 포기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속에는 죄책감만 쌓여 갔다고 했다.


런 고민을 하던 중에 대만의 어느 가게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가 쓰여있는 컵 받침대를 발견했다고 했다. 약간은 몽환적이고 또한 비이성적이긴 하지만 이 컵 받침대가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그 가게 입구에는 안개가 잔뜩 끼어서 영화 속에 나오는 곳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의 좋은 추억과 다짐이 떠 올랐고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심했다고 한다.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후회 없이 도전하겠다. 시험에 꼭 합격해서 담임 선생님에게 이 받침대를 꼭 선물로 드리겠다'라 다짐했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날이 이렇게 찾아와서 너무 감격적이라고 했다.

 

그때 깨달았다.


‘교사의 한마디가 아이를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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