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일출 Jun 08. 2023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최일출 선생님께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저 완기예요. ㅎㅎ

선생님께서 제 담임이셨던지 벌써 4년이 다 되어가지만, 늦게나마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단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 펜을 잡았습니다.


돌아보면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뭐든지 앞뒤 생각하지 않고 행동부터 나갔던 천방지축이었던 아이였습니다. 좌충우돌 앞뒤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들이대기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저를 선생님께서 때로는 응원해 주시고, 때로는 또 충고해 주시며, 저를 사랑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는 달리 학생의 의견을 진심으로 궁금해하셨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학생을 가르치기보다는 공감하셨습니다. 그렇게 교실 안에서 스승과 제자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셨습니다.      


아! 아직도 책걸상 배치를 오케스트라의 심포니처럼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한 게 생생하네요. 부채꼴 정중앙에 제가 앉았기에 선생님들이 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수업을 했던 것도 생각납니다. 그 때문에 수업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


선생님 덕분에 학창 시절이 정말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알차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직도 저희 반 급훈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사실 오늘 제가 드린 선물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재수에서 실패한 후, 삼수를 시작하기 전에 친구들과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마음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여행이라도 다녀오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데도 저는 그곳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벌써 두 번을 실패한 저에게 화가 너무 많이 나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힘없이 돌아다니다가 오늘 제가 선물로 드린 이 받침대를 발견했습니다. 남들에게는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새겨 놓은 단순한 받침대에 불과하지만, 저에게는 큰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저는 대만에서 발견한 우리 반 급훈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힘을 쏟아보자’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삼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삼수를 하면서 힘든 시간이 왜 없었겠습니까? 반복되는 공부에 너무 지치고 힘들 때마다 저는 ‘Stay Hungry, Stay Foolish!’를 떠올렸습니다. 학창 시절의 좋은 기억들과 선생님이 제게 전해주신 진심 어린 충고와 말씀 덕분에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의대에 합격한 후에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 받침대를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문구를 간직하고 살아서 제 목표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이 선물을 드릴 수 있어서 제 마음이 정말 기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ㅎㅎㅎ


비록 이 짧은 편지에 제 감사한 마음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제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을 정말 존경하고 제 인생에서 뵙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창원**에 다니면서 좋은 친구들과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의 의과대학 합격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십시오.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 5.15 제자 박완기 올림






이 글을 정리하며 완기의 손 편지를 다시 꺼내 보았다. 여전히 감동이 몰려왔다. 내가 준 것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을 돌려준 것 같아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완기처럼 멋진 제자를 만난 것은 사실 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교사에게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과 기쁨이란 바로 이렇게 훌륭한 제자를 길러 내는 것이 아닐까.

 

완기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도 많다. 작년에 만나보니 의대 생활이 힘들지만, 어렵게 들어갔기에, 그리고 꼭 가고 싶었던 학과였기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다. 그리고 힘들 때는 '나는 이것보다 힘든 3 수도 소화해 낸 사람이야'라는 생각으로 그냥 해 낸다고 했다. 그 힘듦을 소화해 내는 자신을 보며 만족도가 높다며 그렇게 또 자존감도 성장한다고 했다.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소중함이 더 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그 소중함을 다른 말로 하면 행복이 아닐까?'


지금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완기가 멋있다. TV에 나오는 의사들의 생활이 궁금해지고 왠지 새롭게 보이는 이유가 제자 완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멋진 제자, 완기의 앞 날을 응원하며 이번 연재를 마친다.


다음 연재는 완기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하는 것으로 진행될 것이다. 보다 더 입체적인 완기가 그려질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작가의 이전글 교사의 한마디는 아이를 살릴 수도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