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공부를 진정으로 대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에도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했지만,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의 초등학교 때의 기억 대부분은 축구로 채워져 있다. 기본적으로 일상생활에서는 축구를 했고, 남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게임을 하거나, 성경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진학했다. 중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크게 없었다. 좋아하는 축구를 열심히 했고, 방과 후에는 늘 친구들과 어울려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놀러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다.
“중학교에 올라왔으니 공부에 조금 더 시간을 쏟아야 하지 않겠니?”
아버지의 말씀에 공부 시간을 늘리긴 했지만,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공부가 잘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2학년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공부했는데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시험문제가 잘 풀렸다. 시험 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시험을 잘 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어쨌든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나는 매일같이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며칠 뒤에 시험 결과가 나왔다. 전교 석차를 바라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3/367’
‘아니, 이게 뭐지? 결과가 잘못된 건가?’ 내 옆에 있던 친구들도 하나같이 놀랐다. “완기야, 너 원래 이렇게 공부 잘했어?”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왜냐 하면 이 한 번의 소중한 경험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날 밤, 나는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기도가 뜨거워지며 내가 꿈꾸던 간절한 소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의사가 되고 싶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의 꾸준함이 시작된 시기는. 지금의 성적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의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사실 ‘열심히’라는 말도 부족하다. 의사는 대한민국의 최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에게만 허락되기에 공부를 탁월하게 잘해야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의사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언젠가는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해야 할 공부를 미루고만 있었다.
‘꿈은 높고, 몸은 안 움직이고, 성적은 꿈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던 내 인생이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발표가 있던 날에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 같았으면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친구들과 운동장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는 프리미어리그의 Manchester United가 운영하는 팀 전술을 머릿속으로 구상하며 우리 팀에 적용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던 내가 갑자기 쉬는 시간을 쪼개서 그날 배운 것들을 복습하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이 모두가 아주 작은 성공으로부터 우연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