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강박적인 생각에 갇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은 공부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간단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어떨 때는 나의 상황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온 적도 있었다. 신기한 것은 선생님과 웃고 떠들다가 보면 어느새 나는 책상에 온전하게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선생님은 나에게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사는 것 같다고 하셨다.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사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의 말씀이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일 때, 나는 너무 목표지향적이었던 것 같다. 오로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이 해 주셨던 삶의 이야기들은 나를 강박적인 생각에서 빼내 주셨고,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주셨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의 말씀이 하나 있다.
“완기야! 넌 부족한 아이가 아니야. 부족한 것에 집중하면 마음이 힘들어져. 자기를 갉아먹게 되거든. 너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아이야. 넌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잖아. 어떠한 어려움에도 매일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잖아. 그런 너를 보면 나도 너처럼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야. 게다가 너는 운동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잖아. 넌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게 하렴. 네가 의사가 되지 않으면 누가 의사가 되겠니? 너무 잘하고 싶다는 부담감만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선생님이 응원할게.”
이 말을 듣고 나니, 나는 공부에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시는데 일가견이 있다. 내가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담임 선생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더 열심히 공부하라 하셨다. 그리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보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하셨다. 나의 부족한 점이 아니라, 나의 장점에 집중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나를 편안하게 해 주셨다.
이후로는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크게 줄어들었다. 줄어든 것을 넘어서서 어느 정도는 공부와 관련한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변화는 본과 3학년이 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때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은 이후 내가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준 보석 같은 말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