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고등학교 3학년, 북한군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바로 그 고3이 되었다. 확실히 고3은 이전과는 달랐다.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학습에 임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도 정말 중심을 잘 잡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늘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하셨다. 그 덕에 지치거나 흔들리지 않고,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 공부에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 공부하기 싫은 날이 있었다. 축구라도 하면 좋았을 텐데, 3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운동을 가급적이면 하지 않도록 지도하셨다. 그 영향인지, 아니면 혹시라도 축구를 하다가 다치게 될까 봐 그런지 우리의 축구 경기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이 친구들과의 잡담이었다. 잡담을 하더라도 주로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에 궁금했거나, 또는 좋은 공부법에 대해 친구들과 공유하며 흐트러진 집중력을 되살렸다
고등학교 생활 3년을 보내며 나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짧은 기간이라면 몰라도, 장기간 동안 꾸준히 공부한다는 것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힘을 합칠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고등학교 친구들은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냐고 물어본다. 난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내가 꾸준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 번째로는 하나님의 은혜고, 그다음으로는 너희들과 선생님들이 내 옆을 지켜줬기 때문이야.” 친구들은 웃으면서 나에게 겸손하다는 말하지만, 내겐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다. 이런 생각은 앞으로 재수, 삼수를 하며,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3년을 나는 목표를 정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후회 없이 공부하고 열정을 불살랐다. '가끔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불안과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주변의 선생님들과 친구들 덕분에 어려운 시기도 무사히 넘겼다.
가끔, 친구들이 나의 학습량을 궁금해했다. 내가 오로지 공부에만 파고드니 친구들은 나의 학습량이 얼마나 되는 궁금했던 것 같다. 이곳에 나의 학습량을 밝힌다.
나의 학습량은 일단 주중과 주말로 나뉜다.
1. 주중
<7:30 기상-등교>
- 오전 수업은 최선을 다해 듣고, 쉬는 시간에는 혹시나 몰랐던 내용을 배우게 되면 반드시 복습한다.
<점심시간>
- 식사하고 남은 시간은 영어를 공부함. 영어는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있었기에 영어 과제가 있으면 점심시간에 틈을 내서 공부함. 매일 짧은 시간이지만, 영어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학습함. 점심시간만 잘 확보하더라도 어려운 형태의 문법, 어휘, 빈칸추론, 글의 순서와 같은 지문의 문제를 풀 수 있음.
점심시간에만 영어 공부를 해도 1 달이면 책 1권을 볼 수 있음.
만약 내신시험 기간일 경우에는 그동안 소홀했던 영어 공부를 보완한다 생각하고 시험 기간 중에 영어를 집중해서 공략함.
- 점심시간에는 친구들이 축구를 하자고 하면 신나게 공을 참. (평균적으로 주 1회, 내신 기간 제외)
<오후 수업>
- 언제나 수업은 최선을 다해 임함. 쉬는 시간에는 새로운 내용이나 깨달은 것이 있으면 적으면서 복습. 그렇지 않을 경우, 간단한 수학 문제 또는 학급 일을 함.
<저녁 시간>
- 저녁을 먹고 남는 시간엔 과학 탐구를 공부함. 과탐도 어느 정도 완성이 된 단계였기에 감을 유지하고 개념을 더 다지는 데 신경을 씀.
-축구일정이 잡히면 축구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음. (평균적으로 주 1회, 내신 기간 제외)
<야간 자율학습 시간>
조금 피곤하면 자습 전에 무조건 10분 정도 자고 시작
- 공부 순서는 늘 국어, 수학 순으로 공부하려고 함.
- 모의고사가 가까운 때에는 주로 모의고사를 푸는 방식으로 했고, 평소에는 국어는 ‘마닳’ 이란 책과 EBS 수능 특강과 EBS 수능 완성으로 문학, 문법 등을 정리함.
-수학의 경우, 평가원 기출문제를 정리하는 데 사용함.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기출문제 분석 책들을 풀고 풀이를 비교해 가면서 나만의 풀이를 일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음. 개인적으로 수학이 부족했기에, 많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음. 지금도 그때처럼 하라고 하면 할 자신이 없음. 야간 자율학습은 나에게는 정말 빨리 가는 시간이었고,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었음.
<야자 이후> 10시 이후
- 내신 기간엔 야자 후에 영어학원을 감.
- 다른 날엔 친구들과 독서실을 감
- 혹시 내가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목표했던 것을 못 끝낸 것이 있다면, 그걸 우선적으로 공부한 후 과학과 영어 공부를 병행함.
- 만약 내신 기간이라 영어학원을 가게 되면, 학원 마치고 독서실에 가서 부족했던 국수탐을 공부함.
*반드시 매일 국수영탐을 머릿속으로 모두 돌리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함*
- 가끔 너무 힘든 날이면, 독서실 컴퓨터로 수학, 영어, 탐구(특히 탐구) 인터넷 강의를 들음.
- 인강은 상대적으로 머리를 덜 써도 되어서 집중이 잘 안 될 때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좋음.
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새벽 1시 반에 기계처럼 친구들과 독서실을 나옴.
2. 주말
<토요일>
확실히 등교하는 것처럼 일어나는 것은 버거웠고, 9시 정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늘 10시 정도까지 독서실에 도착하는 것으로 친구들과 약속했고 실제로 지키려고 노력함.
- 모의고사 기간이라면, 오전 10시부터 시험을 치려고 노력했고, 그런 기간이 아니라면 역시나 국어-수학-영어-탐구 순으로 공부함.
- 반드시 이날은 1주일 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서 쉬는 시간에 기록해 놓았던 부분, 특히 새롭게 깨달았던 부분들을(대부분 수학) 다시 복습, 체화시키기 위한 시간이었는데, 이 학습 방법이 고득점을 쌓는데 정말 좋았음.
그렇게 하루 종일, 야자를 하는 것처럼 집중해서 공부함.
- 인강은 집중이 안 되는 시간에 한정해서 들었고, 집중이 잘되면 수학에 조금 더 힘을 씀.
- 꼭 주말이 아니더라도 휴일이면 같은 일정을 소화했는데, 공부 시간 비율을 따져보면,
국:수:영:탐1:탐2=2:5:1:1:1로 공부함.
- 토요일도 새벽 1시 30분까지의 루틴은 지킴.
<일요일>
일주일 중 유일하게 휴식을 취함. 11:30분, 예배를 보기에 오전 10시 반까지 늦잠을 잠. 1주일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이기에 늦잠은 보약과도 같았음. 그리고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이리저리 일정이 끝나고 집에 오면 한 3시 언저리가 됨.
하나님께서 주신 휴식 시간이라 생각하고 여유롭게 공부함. 주일은 덤으로 얻은 날이라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고 공부함. 좋았던 것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급하게 넘어가다가 놓쳤던 부분들이 보임. 그런 것들을 꼼꼼히 파면서 학습했는데, 특히 수학에 초점을 두고 공부를 했음. 이날은 늘 컨디션이 좋았고, 공부를 하는 마음도 즐거웠음. 여러 문제를 풀어보고, 인강을 듣고 싶으면 인강 듣고, 그렇게 간극을 메우는 공부를 일요일에 하고, 밤 11시쯤 일찍 귀가해서 간식을 먹고, 또다시 1주일을 달리기 위해 일찍 잠듦. (물론 내신 기간에는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야 했기에, 이렇게까지는 하지 못했고, 시간에 쫓겨 새벽 1시 반까지 내신 공부를 함)
나는 이런 루틴을 거의 1년 동안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