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면 모든 것이 끝나리라
큰일 났다! 잠이 오지 않는다
2016년 11월 17일, 대망의 수능 날이 밝았다. 나는 아직도 이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지금까지 수능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왔기에 어쩌면 나는 이날을 기다렸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수없이 수능에 대비한 훈련을 했음에도, 정작 당일이 되니 너무 떨렸다. 식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보려고 정리했던 노트를 잠깐 확인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평소보다 조금 빠른 시간인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수없이 수능 당일에 대한 훈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수능 당일이 되니 너무 떨렸다. 전날 저녁에는 저녁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마지막 점검을 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였다. 아침 기상 시간, 식사, 고사장의 위치, 입실 시간 등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그동안 학교에서 보낸 나의 일상, 친구들, 독서실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큰일 났다. 잠이 오지 않는다'
선생님들께서 적어도 수능 일주일 전부터는 생활 패턴을 수능일과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11시에 잠자리에 드는 생활 습관을 만들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아침 먹고 등교, 8시 40분부터 국어 공부를 시작해서 탐구과목이 끝나는 16:37까지 동일한 교시에 동일한 과목을 공부했다. 밤늦은 시간에는 공부를 더 할 수 있는데도,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 늦어도 11시에는 잠을 자려고 했다.
지금까지는 선생님들의 말씀대로 거의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시험 전의 긴장감은 물리적으로 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관리를 하며, 수능을 대비했는데 막상 수능 전날이 되니 준비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평소에는 머리만 닿으면 잠이 드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시 일어나서 공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2시를 향해갔다. 또다시 3시, 4시, 결국은 일어나야 할 시간인 6시 30분에 알람이 울렸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잠을 못 잤다는 것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혹시 오늘 수능이 잠 때문에 망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멍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간단히 샤워를 하며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억지로 반 공기를 먹었다. 아빠가 차로 시험장인 K고등학교까지 태워준다고 해서 정리 노트들과 간식, 엄마가 싸준 도시락과 보온병에 담긴 따뜻한 꿀차를 들고 집을 나왔다.
겨울로 접어들었는지 바람이 매서웠다. 저번 주만 해도 이렇게 춥진 않았는데, 며칠 전부터 날씨가 변했다. 수능 때만 되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더니, 정말 그랬다. 패딩과 목도리로 몸을 꽁꽁 싸맨 채, 아빠 차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어쩌면 이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벌렁거렸다. 가만히 있어도 몸이 떨렸는데, 추위에 떠는 건지, 아니면 두려움에 떠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떨고 있는 나를 엄마가 알아차렸는지 꿀물을 한 잔 건넸다. 그러면서 “아들, 너무 걱정하지 마! 잘 될 테니까. 오늘을 위해서 네가 얼마나 고생했니? 실력 발휘 잘하고 와. 엄마가 열심히 기도할게”라고 말씀하셨다. 꿀물의 온기와 함께 엄마의 따뜻한 말이 내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생각했다. ‘오늘이면 모든 것이 끝나리라’ 엄마가 준 용기 덕분인지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엄마는 이동하는 동안 쉬지 않고 기도하셨다. 나 또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가는 길에 꾸벅거리며 졸았나 싶었는데, 바로 그즈음에 차가 멈췄다. 아빠가 고사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나는 아빠에게 감사하다고, 잘 치고 오겠다고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