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다
시험이 끝났지만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사실 아무것도 할 의욕이 없었다. 친구들의 연락도 의도적으로 피했다. 카톡에는 읽지 않은 친구들의 메시지가 점점 쌓여갔다. 친구들을 만나면 수능에 관해 물을 게 뻔한데,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지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그렇게 방콕 생활이 시작되었다. 수능이 끝나면 친구를 만나고, 여자 친구도 사귀고, 여행도 갈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시험을 망치니까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았다. 살아있지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뒤돌아보면, 이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후회가 밀려오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께도 너무나 죄송스러웠고, 나를 믿고 기대해 주신 선생님들을 볼 자신도 없었다. 그냥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6월 모의고사 이후의 나에게로 찾아가서 멱살을 잡고 정신 차려’라고 수천 번은 말해주고 싶었다. 좌절을 2번이나 겪고도 또 그런 실수를 반복하다니, 정말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고 원망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의대에 가기에 부족한가? 그래, 사실 나는 그럴 자격이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어. 욕심내지 말자.’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것이 너무 아까웠다. 포기를 하고 나서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두려웠다. 이때 나는 절실히 깨달았다.
‘포기에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마음속에서 이 두 가지가 부딪히며 나를 힘들게 했다. 다시 시작하든 포기를 하든 간에 무엇이든 결정이 되어야 마음이 편할 텐데, 나는 이도 저도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망설이고만 있었다.
야속하게도 의대를 가기 위해서는 삼수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공부를 계속해서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면 삼수가 아닌 사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 하더라도 수능에서 탈락하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다시 시도해서 또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당차게 도전하는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비참한 실패자만 남아있었다.
‘아,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