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도.
기온이 뚝 떨어진 새벽이었다.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데, 묘하게 머리는 더 맑아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
잠시 눈을 감고, 오늘의 공기와 나를 연결해본다.
이 차가움이 며칠 전 그날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지난 일요일, 가을 햇빛이 눈부시던 날.
몸이 이상하리만큼 가벼워서, 이유도 없이 뛰고 싶어졌다.
그렇게 발길 닿는 대로 달리다 보니
20km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예전 같았다면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하프 연습할 때는
‘어떻게든 뛰어내야 하는’ 무거운 숫자였는데,
그날은 통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멈추고 싶지 않았고, 끝까지 달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오고 나서야 알았다.
몸은 이미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걸.
작년 10월.
열정만 믿고 뛰다 무리한 적이 있다.
몸이 나에게 했던 수많은 이야기를 흘려들었고,
결국 한동안 달리기를 내려놓아야 했다.
그때의 자책은 오래갔다.
그래서 올해는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뛰려고 챙겨온 운동복을
그날은 그냥 트렁크에 넣어두었다.
“지금은 쉬어야 할 때야.”
“매일 달릴 필요는 없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잖아.”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까,
몇 달을 다시 뛰지 못하게 되는 게 더 슬프다는 걸 안다.
그래서 멈추기로 했다.
멈춤이 곧 포기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안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어쩌면 달리기보다 더 큰 용기일지 모른다.
당신은 피곤할 자격이 있다.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별에서 시작한 긴 여정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 제프 포스터
오늘 나는
‘쉬어가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멈춤을 두려워하지 않고,
쉼을 성장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