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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 나의 중심을 되찾는 시간

by 표나는 독서가

한파가 시작되었다.
전기장판 위는 따뜻했지만, 코끝으로 스며드는 공기는
순식간에 몸을 움츠리게 할 만큼 차가웠다.

그 싸늘함 덕분일까.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먼저 열렸다.
기온은 –8도.
입 안에서 ‘악’이라는 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따뜻함의 유혹을 등지고 일어나 앉았다.
몸은 떨리는데 정신만은 오히려 맑아진다.
안개처럼 퍼져 있던 감각들이 서서히 걷히며
펜촉의 날카로움까지 느껴지는 선명함이 차오른다.

이 순간만은 온전히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이다.
떠오르는 생각을 잠시 밀어두고
알싸하게 파고드는 새벽의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오감을 열어 지금, 이 자리의 나를 바라본다.

어제의 흔적들, 마음에 쌓였던 독성 같은 감정들이
새벽의 차가운 숨결 속에서 조금씩 풀려나가는 느낌이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고요함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준다.

새벽은 늘 나를 새롭게 만든다.
완전히 씻겨 나가진 않더라도
무거웠던 생각들이 잠시나마 옅어지는 시간.
하루의 첫 문장은 늘 이 맑음에서 시작된다.

나는 오늘도 바란다.
해야 할 일을 채우기 바쁜 하루가 아니라,
감각이 이끄는 방향으로 천천히 느끼고
불현듯 찾아오는 경탄을 놓치지 않는 하루가 되길.

새벽 공기의 투명함처럼
나의 마음도 조금은 맑아지기를.
잡다한 욕심이 걷히고
오늘을 살아낼 힘만 남기를
조용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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