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처럼 찾아온 무의식의 신호들
부제: 기억 속에 묻어둔 소망이 길이 되기까지
살다 보면 내가 의식적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한 일들이
사실은 오래전 어디인가에 저장된 무의식의 신호였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최근의 나는 그 사실을 조금 늦게야 알아차렸다.
어느 날 문득, ‘지금의 길을 왜 선택했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 질문은 가벼운 호기심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지난 몇 년을 통째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의외의 곳에서 답이 나왔다.
오래전에 써두고 잊어버린 버킷리스트 한 장.
그 종이에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과 묘하게 닮은 항목들이 적혀 있었다.
그때의 나는 단순한 소망처럼 적어두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자 그 소망들이 나를 이끄는 방향이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순간들 중에는
무의식이 조용히 작동한 결과가 많다.
좋은 경험을 반복하고, 좋은 감정을 몸으로 기억시키면
언젠가 그 기억이 방향을 틀고, 선택을 만들고,
어느 날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애쓰는 대신
좋은 무의식이 내 안에 자리 잡도록
매일 작은 습관 하나라도 내가 원하는 쪽으로 쌓아보려 한다.
나를 변화시키는 건 결국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스며드는 조용한 기억들이니까.
우연은 과연 우연일까.
어쩌면, 오래전의 내가 보내놓은 신호가
지금의 나를 이곳까지 데려온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