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다른 사람이 잘 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을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 하는 감정이에요. 살면서 누구나 이 감정을 느끼고 당황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와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볼 때나, 나랑 입사 동기였지만 먼저 승진한 경우, 심지어 친한 친구가 남편 잘 만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이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는 나를 발견하곤 해요. 그런데 썸을 타고 있는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감정을 이용하라는 글도 종종 보게 돼요.
보통 질투는 눈이 멀어 복수의 화신이 되는 것으로 묘사돼요. 빨간 불꽃이 화르르 타오르는 듯한 모습이에요. 그리스 신화에도 질투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신이 있어요. 바로 제우스의 아내이자 결혼의 신인 헤라예요. 바람둥이 제우스와 함께 살면서 질투라는 감정이 하루라도 생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힐 정도인데, 매번 그런 감정에 휩싸이다 보면 헤라 자신도 삶을 살아내기가 버겁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헤라의 질투와 관련된 에피소드로 이오의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느 날 헤라가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니 날이 흐린 것도 아닌데 구름자락이 강을 덮고 있었어요. 분명 제우스가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아서, 그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내려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제우스가 웬 암소 한 마리랑 강가에 서 있는 게 아닌가요. 제우스는 본인뿐만 아니라 애인을 둔갑시키는 데에도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어요.
암소는 사실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였어요. 이오는 헤라를 섬기는 여사제였어요. 헤라가 제우스에게 이 암소를 저에게 달라고 하자 제우스는 난감했지만, 그렇다고 암소를 주지 않을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헤라에게 그 암소를 줄 수밖에 없었어요. 헤라는 암소를 본 모습으로 돌려서 혼내주고 싶었지만, 한 신이 한 일은 다른 신이 돌려놓지 못했기에 이 암소를 눈이 100개가 달린 아르고스에게 보내 감시하도록 했어요.
애인이 아르고스에게 감시를 당한 사실이 괴로워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불러 이 상황을 처리해 줄 것을 부탁했어요. 헤르메스는 양치기로 변하여 피리를 불며 아르고스에게 접근하고 조용한 노래를 불러 재울 생각이었지만, 눈 100개를 다 감게 하기엔 역부족이었어요. 이번에 헤르메스는 쉬링크스가 갈대로 변신한 이야기를 아르고스에게 해주자 드디어 눈이 모두 감겼어요. 그 틈을 타 아르고스의 목을 베고 암소를 빼돌릴 수 있었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헤라는 아르고스의 죽음을 가엾게 여겨 그 눈을 모두 뽑아 자신을 상징하는 공작의 꼬리에 모두 달아 제우스를 감시하게 했어요.
매번 제우스의 다른 여자를 볼 때마다 끓어오르는 질투의 감정은 제우스에게는 표현하지도 못한 채 애먼 사람만 잡았어요. 바람이 되어 다가오는 제우스를 어느 누가 도망갈 수 있었을까요? 먼저 다가온 사람도 제우스였지만, 자신의 행동이 들킬까 염려스러워 이오를 암소로 만든 사람도 제우스였어요. 그렇지만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니 상황은 늘 제자리예요.
헤라가 상황을 정면 돌파했다면 제우스의 바람기는 잦아들었을까요? 그냥 그런 사람이겠거니 포기했을까요? 결혼의 신이라 이혼은 용납하지 못할 터 질투심을 다른 것으로 돌려 새로운 내 인생을 찾았을까요? 신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인간이 조절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