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꾸물꾸물 하여 걱정이 되긴 했지만 우린 그런 날은 또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지 않겠냐며 친구와 오랜만의 반가운 동행길에 나섰다.
호암 미술관 정원 희원
가는 곳은 호암 미술관 김환기 회고전이다.
날씨가 문제 될 수 없는 전시회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 대한 반가움과 큰 기대를 하고 가는 김환기 회고전이다 보니 소풍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마음이 이랬을까 싶다.
호암 미술관 김환기 회고전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1913-1974).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오마쥬를 받는 그야말로 한국 근대 미술, 추상미술의 아버지다.
전시장으로 향하는 내내 나의 오랜 친구는 김환기 일대기를 조분조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새삼 화백의 일대기를 되짚어 보게 하여 듣는 마음이 좋다.
1913년 전라도 신안 출신의 김환기 화백은 1930년대 동경 유학으로 추상화의 세계를 접하게 되고 시인 이상과 사별한 김향안(1916~2004) 여사와 1944년 결혼하고 1956년부터 3년여를 파리에서 유학한 후 1960년대 중반(1963~1974) 뉴욕으로 옮겨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김환기 화백이 '백자대호'에 '달 항아리'라는 애칭을 붙여준 장본인이라는 거 알아?'
'맞다. 맞다.'를 연발하며 길지 않은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전시장.
김환기 회고전 전시장
이미 적지 않은 관람객들이 거장의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두 개 층의 큰 전시실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은 작가의 화풍의 변화를 연대별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동선이 배치되어 편안히 관람할 수 있었다.
'달, 항아리'란 부제로 시작하는 2층 전시실 1관에는 1930년대 작품부터 동경 귀국 후 작품, 1950년대 파리 생활 작품, 1963년 뉴욕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첫 작품은 자연을 단순화 한 1948년작 '달과 나무'로 시작한다.
동경에서 귀국 후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중시하던 화가가 달과 나무를 주제로 한국적 추상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란 설명이다.
달과 나무, 1948
김환기 화백이 일본 유학을 마치고 막 귀국한 후의 작품으로 한국 추상화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1938년 작 '론도'도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은 국가등록문화재 제535로 등록된 작품이다.
론도, 1938
하늘, 달, 백자등 한국의 전통 요소들을 주로 다루었던 그의 작품 세계가 점점 추상화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반추상화였던 그의 작품이 점점 추상화로 바뀌어 전면점화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연대별로 볼 수 있어 감상하는 눈이 즐겁다.
1940년 자신이 태어난 전라남도 기좌도를 그린 섬이야기는 추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화풍이 잘 나타나 있다는 설명이다.
섬 이야기, 1940
1953년 같은 해에 그린 두 개의 정물화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같이 전시한 것도 보기 좋았다.
왼편의 정물화에서는 세잔느 풍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물, 1953
1950년대에는 정물화라기보다는 추상화에 가까운 구도가 특징인 그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