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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Aug 23. 2023

55. 거대함 앞에 우리는

            뉴욕 허드슨 야드에 우뚝 선 베슬(Vessel)

뉴욕에는 영국의 유명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1970~)의 건축물 베슬(Vessel)이 있다.


실물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을 갖고 방문했지만 '폐쇄' 중이라는 안내를 받고 건물 외관만 올려다보다 아쉽게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안타까운 사고로 잠정 폐쇄되었다가 다시 재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갔는데 그 사이 또 사고가 발생하여 두 번째 폐쇄를 한 상황이었다.


이 거대한 조형물에서 왜 자꾸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인지. 

베슬, 토마스 헤더윅,2019, 뉴욕

베슬은 2009년 오픈하여 뉴욕의 명소가 된 하이 라인(High Line)과 뉴욕의 핫플인 첼시(Chelsea)에서 멀지 않은 허드슨 야드에 세워져 또 하나의 뉴욕 명물이 될 거라는 기대를 안고 대중에게 오픈되었다.

하이 라인 전경

2019년 완공된 거대한 청동 건축물은 높은 건물들 사이에 허드슨 강을 조망하도록 세워져 있는데 전체적인 모양은 어찌 보면 솔방울 같기도 하고 아이언맨의 마스크 같아 보이기도 한다.


만든 이 토마스 헤더윅은 원형극장(amphitheatres)에서 영감을 얻어 벌집(honeycomb)의 정교한 구조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 설명한다.


토마스 헤더윅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1970~).

영국의 유명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그는 1994년 200여 명의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들과 '헤더윅 스튜디오'를 만들어 협업을 통해 많은 걸작들을 만들어 내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베슬은 16층 건물 높이(46m)에 해당하는 건축물로 2500여 개의 계단을 중간중간 80여 개의 층간 연결 지점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올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 

정상까지의 계단의 길이는 총 1.6km에 이른다.

계단은 청동으로 만들어져 1000명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강도라고 한다.

베슬 내부 모습(위키미디어)
야간 조명이 들어온 베슬 내부(위키미디어)

그런데 거대한 건축물의 2500여 개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허리 높이 정도(4ft)의 난간만이 유일한 안전장치다. 

바로 이점을 비평가들은 지적을 했다.


불길한 예감은 비켜가는 법이 없는 듯.

 

2019년 오픈한 이래 2년여 동안 베슬에서는 2020년에 두건, 21년에 1건 모두 3차례의 자살 시도가 있었다. 

그 후 잠정 폐쇄 되었다가 입장 조건을 강화하여 2021년 5월 다시 개장했다.

강화된 조건은 입장객은 입장료 10불을 내야 하고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재개장 두 달 후 가족과 같이 입장했던 어린 소년(당시 14세)의 자살 시도로 지금은 기약 없이 폐쇄된 상태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도 수년동안 1000명이 넘는 자살시도가 있자 난간을 높이고 그물을 설치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고 하니 거대하면서도 아름답다고 느꼈던 금문교에도 그런 아픔이 있었다.


인간은 거대함이 가져다주는 웅장함을 경외하기도 하고 반색을 하며 반기기도 한다. 

거대함이 주는 묘한 카타르시스라고 할까.

먼 원시시대부터 그런 흔적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영국의 스톤헨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파라오들의 거상, 그리스 신전을 꽉 채우고 서 있던 거대 신상들.

어렵지 않게 거대함에 대한 묘한 동경심을 엿볼 수 있는 유적들이다.


그런가 하면 뛰어난 작품을 보고 느끼는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도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그림 같은 뛰어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의식 이 혼미해지면서 심한 경우 환각 등의 증상을 경험한다는 현상말이다.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1817년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 귀도 레니(GUIDO RENI: 1575 - 1642)의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Portrait of Beatrice Cenci)'을 보고 무릎에 힘이 빠지고 눈물이 난현상을 기록하면서 유명해진 신드롬이다.


스탕달 신드롬의 주인공인 베아트리체는 로마의 귀족 집안의 딸인데 비극적인 가족사로 로마의 산탄젤로 다리에서 참수형에 처해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소녀다. 

모나리자와 더불어 예술작품에 남은 손꼽히는 미녀로 평가받는 주인공이다.

베아트리체 첸체의 초상, 귀도 레니, 1600, Palazzo Barberini, Rome

베슬의 거대함을 동경해서인지, 인간이 나약한 존재라서 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거대한 건축물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여러 안전장치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그물을 설치하는 방안이고, 난간의 높이를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긴 하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는지는 의문이라고 한다. 

이들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는 영구 출입금지도 고려 중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조형물의 예술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찾아야 할 안전 대책은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아무쪼록 보강된 안전장치와 함께 베슬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건축미를 감상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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