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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Mar 02. 2018

10. 비운의 작곡가, 그가 사랑한 아름다운 항구 마을

 <옹플레르(Honfleur)>

옹플레르(Honfleur)


노르망디의 도시들 중 파리 토박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마을이라는 아름답고 자그마한 항구 옹플레르.  파리에서 차로 2시간 여를 북서쪽으로 달리면 만날 수 있는 마을이다.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센 강에서 살짝 내륙으로  들어온 지리적 이점으로 일 년 내 기후가 온화하여 사철 내내 방문 객들이 줄을 잇는 곳이다. 항구를 에워싼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들의 행진이 전형적인 유럽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옹플레르.  인구가 8 천 명 정도밖에 안되어 도시라 부르기에는 너무 작아 예쁜 어촌 마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중심에는 'Vieux Bassin(뷰 배쌍:오래된 분지)'이라 불리는 항구가 정겹게 자리하고 있고 건물 사이로 연결된 조그만 골목들은 아직 중세의 흔적을 품고 있었다. 옹플레르의 상징인 ‘성 카트린 (Sainte-Catherine) 교회’는 이 마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장소다.

'Vieux Bassin'(위키미디어)
'성 카트린'교회(위키미디어)

일반 교회와는 좀 다른 모습의 '성 카트린' 교회는 마을 사람들이 백년전쟁이 끝난 것을 축하하기 위해 14세기 말에 지은 교회라고 하는데 배를 만들 때 쓰는 떡갈나무로 지은 이 교회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교회 건물이라고 한다. 특이하게 종탑을 교회 건물과 따로 지어 항구와 교회를 오가는 길목에 세워놓았다.

교회 옆 'Vieux Bassin'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종탑

옹플레르에 어울리게 자그마한 교회에서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광경을 보았다. 천상의 소리 같은 아름다운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 주인공은 교회의 신부님이었다. 

마을 결혼식이 진행되는 교회 안에서 신부님이 현대식 밴드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결혼식을 주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던 이들도  신부님의 노래에 이끌려 교회 안으로  들어오니 교회 안은 예상치 못했던 하객들로 금새 좌석이 차 버렸다.

교회 안에 울려 퍼지는 신부님의 목소리는 너무 부드럽고 정감이 있어 결혼식이 아니라 그분의 음악회에 온 것 같았다. 그러나 맨 앞 줄에 얌전히 앉아 있는 신랑, 신부의 뒷모습은 나에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고. 

특이한 결혼식을 보게 되어 아직도 옹플레르와 함께 귓전에 맴도는 그분의 노래를 잊을 수가 없다. 여행이 주는 덤이다. 



노래하는 신부님. 뒤에서 반주 하는 이의 모습이 강렬하다.



옹플레르는 새로운 그림 대상을 찾아 나선 인상파 화가 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였는데 이 곳 출신의 대표 인물로는 클로드 모네의 스승으로 알려진 외젠 부당(Eugene Boudin:1824-1898), 몽마르트의 뮤즈 수잔 발라동(https://brunch.co.kr/@cielbleu/30 참조)의 연인이었던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가 있다. 

옹플레르의 인상파 기념 팜프렛

부당은 실내의 틀에 박혀 있던 프랑스 화단을 실외로 이끌어낸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그는 주로 하늘을 배경으로 한 풍경화를 그렸다. 옹플레르와 이웃한 도시 도빌과 투루빌의 해변을 그린 작품이 많이 남아 있다. 까미유 코로(Camille Corot:1796-1875)는 그의 풍경화를 보고 ‘부당은 하늘을 그려내는 데는 왕이다.’라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마을의 곳곳에는 옹플뢰르를 화폭에 담은 화가들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 전시되어 있어 그들의 발자취를 방문객들도 같이 따라가 볼 수 있다. 그중에는 물론 모네의 이름도 보인다. 


<투루빌 해변>,1893, 외젠 부당,에르미타쥬


옹플레르를 그린 화가들의 작품이 그려진 장소 안내지도. 5번에 모네의 이름이 보인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이렇게 아름답고 조용한 어촌 마을 옹플레르에서 몽마르뜨의 비련의 주인공인 사티가 태어났다니 묘한 느낌이 든다. 

수잔 발라동과의 6개월여의 동거 끝에 그녀와 헤어진 에릭 사티는 죽는 날까지 까만 양복만 입고 다니며 그녀를 그리워한 프랑스판 열부다. 그런가 하면 그는 수잔이 그려 준 자기 초상화를 죽는 날까지 간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작곡만 한 것이 아니라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재능 있는 인물이었으나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한 불운의 예술가다. 

피카소, 브라크(Braque), 장 꼭토,드비시,스트라빈스키, 등등 그와 교류했던 이들을 보면 그가 부러운 건지, 그 시대가 부러운 건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살아생전 불우하게만 지낸 에릭 사티의 작품은 1980년대에 와서야 세간의 인정을 받게 되는데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들려와 우리 귀에도 익숙한 에릭 사티의 'Je te Voux(그대를 원해요.)'는 다름 아닌 수잔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라고 한다.  ‘Gymnopedie No.1’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아름다운 곡이다. <Je te Voux>는...  

     

  https://www.youtube.com/watch?v=wbT9DeULzU4 

 

 

수잔이 그린 에릭 사티(좌),수잔 발라동(중앙),<에릭사티>,1891,Ramon Casas,Northwestern Univ. Library(우)(위키미디어)

    

옹플레르의 항구 주변으로는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사티의 음악을 들으면서 레마르크 소설 '개선문'의 주인공 라빅과 조앙 처럼 노르망디의 특산 칼바도스(Calvados)를 한잔 마시고, 고흐가 사랑한 술 압상트(https://brunch.co.kr/@cielbleu/28 참조)를 식당 이름으로 한 항구 식당에서의 노르망디식 식사라면 이게 웬 호사인가.




칼바도스(Calvados)

프랑스 하면 와인 하듯이 노르망디 하면 칼바도스다. 사실 칼바도스는 노르망디의 지역 이름이다. 이 지역에서는 사과로 브랜디를 만드는데 칼바도스는 사과로 만든 사이더(cider)를 증류하여 만든 알코올 도수 40-45도인 지방 특산 주로 이 지방 사람들이 손쉽게 마시는 대중적인 술이다.



압상트 식당과 칼바도스를 파는 가게 입간판 그리고 재미있는 요트클럽 간판



'Vieux Bassin' 근처의 14세기 유적 Saint-Etienne 교회와 중세 돌 벽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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