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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Aug 07. 2018

11. 프로방스 여행의 시작, 엑상프로방스

엑상 프로방스 <Aix-en-Provence>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프로방스의 중앙에 위치한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지리적으로나 도시가 가지고 있는 볼거리들로 프로방스 여행을 시작하기에 무리가 없는 곳이다. 엑상프로방스는 1000여 개에 이르는 많은 분수와 현대 미술의 아버지 세잔의 생가가 있고, 에밀 졸라를 비롯한 세잔과 그의 동료들의 자취를 찾아보는 것, 세잔의 그림에 늘 등장하는 생 빅투와 산 그리고 또 한 명의 이곳 출신 화가 그라네의 멋진 미술관 등 볼거리를 자랑하는 프로방스의 중심 도시다.


인구 14만의 이 도시는 기원전 123년 로마 제국의 영토일 때의 명칭이 ‘아쿠아 섹스티아(Aquae Sextiae:water of Sextius)’였다고 한다. 당시 로마인 통치자였던 'Sextius'가 샘물에다가 자신의 이름을 붙여 '아쿠아 섹스티아'라 불렀고 거기서 현재의 ‘Aix’가 유래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지역 토박이들은 이곳을 그냥 엑스(Aix)라고 부른다.


오래전 로마시대의 명칭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곳은 샘물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샘물이 있는 자리에 크고 작은 분수를 만들어 그 숫자가 1000여 개나 된다고 한다. 고대에는 마을이 형성되는데 제일 중요한 조건이 풍부한 수원이었다고 하니(지금도 프랑스 마을들의 구조를 보면 마을 중앙에 분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엑상프로방스는 그런 면에서 도시가 형성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엑상 프로방스의 중심 꾸흐 미라보

엑상프로방스의 여행이 시작되는 중심가에는 길이 440m에 달하는 ‘꾸흐 미라보(Cour Mirabeau)’길이 있다. 17세기에 마차가 다니기 위해 돌로 포장된 길로 만들어진 이 멋진 길에는 엑상프로방스를 대표하는 4개의 분수가 나란히 자태를 뽐내고 있다.


왼 손에 머스캣 포도송이를 들고 있는 ‘르네 왕(King René)(https://brunch.co.kr/@cielbleu/86 참조)’의 분수, 로마 시대부터 사계절 내내 수온이 34도를 유지하는 샘물이 계속 솟아났다는 이끼를 뒤집어쓰고 있는 분수(Fontaine Moussue), 이동하던 소와 말들이 먹었다는 분수(Fontaine des Neuf-Canons),예술과 정의와 농업을 상징하는 세 명의 여신이 엑상 프로방스의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로톤 드(Rotonde) 분수가 그들이다.

그런가 하면 ‘마자랭 지구(Quartier Mazarin)’라는 곳에는 엑상의 분수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4마리 돌고래 분수(Fountain of the Four Dolphins)’가 있다.


   

르네 왕 분수, 이끼 분수, Fontaine des Neuf-Canons분수, 로톤드 분수
마자랭 지구의  돌고래 분수


중심가 ‘꾸흐 미라보(Cour Mirabeau)’에는 ‘되 갸르송(Les Deux Garçons)’이란 유명 카페가 있는데 이곳은 화가 세잔이 그의 친구들과 늦은 오후에 아페리티프(apéritif)를 즐기던 곳으로 유명한 카페다. 엑상프로방스를 찾는 많은 예술가들의 집합 장소로 인기 있어서 이 카페를 예술가들은 아예 ‘학회(institution)’라 불렀다고 한다.


'되 갸르송'이라고 하니 파리의 유명 카페 ‘되 마고(Les Deux Magots)’가 생각난다. 파리의 ‘되 마고’는 카페 안에 두 개의 중국 인형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어 그리 지은 것이라는데 '되 갸르송'도 1840년 두 웨이터가 같이 시작한 가게라고 한다. 꾸흐 미라보 거리에는 이곳 말고도 세잔이 즐겨가던 다른 카페들도 있다. 카페 클레멍(Café Clément), 카페 오리엔탈(Café Oriental)들이 그곳이다.  이곳을 즐겨 찾았던 이들의 면모를 보면 나도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세잔의 절친이었던 에밀 졸라, 피카소, 처칠 수상, 에디트 피아프, 앙드레 말로, 사르트르, 알랑 드롱, 장 콕토, 그리고 최근엔 휴 그랜트와 조지 클루니 까지 다녀갔다니 말이다.


카페 되 갸르송


'되 갸르송'을 풍자 한 듯한 꾸흐 미라보 거리의 호텔

    

아페리티프 (apéritif)

    

식사 전 식욕을 돋우기 위해 간단히 마시는 알코올 종류나 간단한 스낵 등을 이르는 말로한 입 크기의 전채요리인 아뮤즈 부쉬(amuse-bouche)도 아페리티프다. ‘열다(to open)’라는 뜻의 라틴어 ‘아페리레(aperire)’에서 유래된 단어다. 아페리티프용 알코올로는 단 맛을 내는 알코올보다는 드라이 한 알코올이 적합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샴페인, 드라이 쉐리(sherry), 드라이 화이트 와인 등이 있다.


     

엑상프로방스로 가는 길에 보이기 시작하는 생 빅투와 산


 

엑상프로방스의 동쪽에는  높이 1011m의 생 빅투와 (Montagne Sainte-Victoire)이 있다.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인  이 산은 세잔에게 많은 영감을 주어 현대 미술의 아버지를 엑상프로방스에서 배출하는데 일조를 했다. 그와 생 빅투와 산을  따로 띠어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잔은 마치 모네가 후앙(Rouen)의 대 성당(https://brunch.co.kr/@cielbleu/61 참조)을 시간대에 따라 28차례나 그린 것처럼 모두 87점의 생 빅투와 산을 그렸다고 한다.

세잔과 에밀 졸라는 생 빅투와 산을 배경으로 뛰어놀며 엑상에서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절친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에밀 졸라는 일지감치 파리로 진출하여 그의 명성을 날렸지만 세잔은 고향에 남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들의 우정은 에밀 졸라가 그의 작품 속에 등장시킨 주인공이 발단이 되어 금이 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누가 봐도 세잔을 모델로 한 주인공의 모습이 세잔 본인을 무척 실망시켰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 속에서 세잔과 졸라같이 훌륭한 예술인들을 배출시켰던 엑상프로방스는 이제는 그들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엑상을 찾아오도록 하고 있으니 세상의 이치는 묘한 순환 관계에 있는 것 같다.

세잔 투어는 'In the Steps of Cezanne'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데 1839년 세잔이 태어난 그의 생가에서 시작해서 그의 마지막 작업실에 이르기까지 그의 엑상에서의 행보를 따라가 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보도에 새겨진 동으로 만든 세잔 사인을 따라가면서 투어는 진행된다. 아를(Arles)에는 고흐의 자취를 알아보는 투어가 있는데 여기도 엑상과 동일하게 동으로 만든 고흐의 사인을 따라가는 형식이었다.


세잔의 아틀리에 입구와 내부, 투어를 인도하는 세잔 사인

세잔이 죽기 전 마지막 4년의 작업을 한 아틀리에(Atelier Cezaane)는 엑상프로방스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는데 막상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면 너무나 소박한 모습에 마음이 겸손해진다. 이런 곳에서 세계적 명작이 그려졌구나 하면서 말이다. 세잔이 화판을 놓았던 이젤을 비롯 우리가 그의 그림에서 익히 보았던 소품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금방이라도 세잔이 작업실로 들어올 것 같은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준다.


세잔의 스튜디오에서 멀지 않은 곳(Les Lauves, Chemin de Marguerite)에 그가 생 빅투와 산을 화폭에 담았던 나지막한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여러 버전(version)의 생 빅투와 산 그림을 전시해 놓아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이렇듯 여행 중 만나는 천재 예술가들의 발자취는 늘 여행의 가치를 높여준다.


  


'Les lauves'와 그곳에서 그린 세잔의 생 빅투와 산


엑상프로방스에서 지나칠 수 없는 장소는 바로 ‘그라네 미술관(Musee Granet)’이다. 엑상프로방스 출신의 화가 ‘그라네(Francois Marius Granet:1775-1849)’가 자신의 작품과 소장품들을 모두 시에 기증하여 만들어진 곳으로 그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술관 이름을 아예 그의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면모에 놀랍다. 프로방스에는 이곳을 사랑한 많은 예술가들 덕에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멋진 명작들을 감상 할 수 있는 미술관이 많아 이래저래 여행자의 눈이 호사를 누리게 된다.

 

그라네 미술관 입구와 앵그르가 그린 그라네 초상화


‘그라네’는 자크 루이 다비드, 앵그르 등과 동시대 사람으로 교회와 수도원 등의 실내 장식이 뛰어났던 화가다. 엑상프로방스의 마자랭 지구(Quartier Mazarin)에 있는 이 미술관은 렘브란트를 비롯 퐁텐블로 학파 등 14세기에서 18세기까지 프랑스와 이탈리아 북부 유럽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방, 19세기의 대표작가로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와 그라네(Francois-Marius Granet) 전시실, 세잔 전시실, 20세기 작품으로 피카소 , 쟈코메티(Giacometti)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수작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니 기대 이상의 횡재에 그날 저녁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른 행복한 저녁이 되었다.


<Jupiter et Thetis>,앵그르(좌),<Alchemist>,그라네(우)


    

프로방스를 여행하려면 엑상프로방스를 중심으로 동선을 그리는 것이 편리하다. 프로방스는 지역이 광범위하고 봐야 할 것들이 산재해 있어 그렇다.

프랑스식 B&B(Bed and Breakfast)는 ‘샹브르 도뜨(Chambres d’Hotes)‘라고 부른다.  엑상 근처에서 묶은 ‘샹브르 도뜨’는 주인 부부가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을 나오고 실리콘 벨리에서 근무하다 은퇴한 부부였다. 자신들을 찾아 올 손주들을 생각하면 프로방스만큼 좋은 곳도 없을 거 같아 이곳에 비앤비를 열게 되었단다.  행복한 부부라는 생각이 든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덕(?)에 정원의 나무들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들 부부와 이야기하며 먹은 프로방스 식 아침은 그릇 세팅부터 테이블보에 이르기까지 프로방스다운 예쁜 식사였다.


프로방스 식 아침 식탁

샹브르 도뜨의 여주인은 다시 여정에 오르는 내게 조그만 기념품을 주었다. 프로방스의 전통 디저트 깔리손(https://brunch.co.kr/@cielbleu/86 참조)이다. 길 떠나며  깔리손하나를 입안에 넣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그 옛날 르네 왕의 왕비처럼 말이다.


그곳을 찾는 다른 이들은  최소한 일주일 단위로 묶고 간다는 주인장의 설명을 들으니 프로방스다운 여행 스타일이란 생각에 부럽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야 어디 형편이 그런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엑상을 떠났는데.

 
그런데 말이다 나는 두 달 뒤 다시 이곳에 묶게 되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이런 행운도 가끔은 찾아온다. 이래서 인생은 늘 예측불허다.   

   


다시 찾은 엑상프로방스의 샹브르도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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