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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Jul 28. 2018

5. 생각만 해도 정겨운 '프로방스'

프로방스 알고 가야지!

'듣기만 해도 정겨운 프로방스'에 이어 프랑스의 자존심 프로방스의 예술과 음식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프로방스의 예술

     

수많은 화가들이 이 천연의 무공해 지역을 화폭에 담기 바빴는데 세잔과 같은 프로방스 출신도 있지만 고흐, 피카소, 폴 시냑 등 프로방스를 동경해 이곳을 찾은 화가들의 이름은 끝이 없어 보인다. 프로방스 지방의 특별한 바람 미스트랄(https://brunch.co.kr/@cielbleu/84 참조) 덕에 프로방스는 늘 청명한 햇빛과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할 수 있었는데 빛을 중시하던 인상파 화가들이 이것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을 것이다. 프로방스의 주요 도시인 엑상 프로방스(Aix-en- Provence)에는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잔의 아틀리에가 있고 반 고흐가 살았던 아를(Arle)은 고흐의 자취를 쫓는 많은 이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프로방스의 주요 도시들이다. 곳곳에 남겨진 그들의 자취는 각 도시들 이야기에서 상세히 다루도록 하자. 역시 좋은 날씨와 자연은 미술 분야뿐 아니라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나 보다. 프로방스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으니 말이다.


프로방스가 자랑하는 또 다른 ‘미스트랄’

    


프로방스 출신의 시인인 프레데릭 미스트랄(Frédéric Mistral:1830-1914)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프로방스 지역 바람인 미스트랄과 같은 이름의 ‘미스트랄’ 가문은 프로방스에서 가장 오래된 가문이라고 한다. 전통 있는 가문 출신답게 그는 프로방스의 지역 방언과 문화를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1904년에는 프로방스의 자연과 그들의 지역 정신을 그의 시에 잘 반영한 것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를의 로마 극장과 그 곳에서 발견되어 루브르에서 볼 수 있는 비너스 상

그는 노벨상 수상 상금으로 아를(Arles)에 민속박물관을 지었으며 그의 작품에 아를에 있는 로마극장에서 발견된 ‘아를의 비너스’를 비롯하여 이 지역에 전해오는 이야기들을 소재로 다루어 지역 문화를 넓은 세계와 공유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한다. 아를의 비너스는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1651년 발견되었고 루이 14세 때는 베르사유의 '거울의 방'에 장식되어 있다가 혁명 때 루브르로 옮겨진 것이라 한다. 오른손에는 역시 비너스답게 '파리스의 사과'를 들고 있고 왼손에는 거울을 들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비너스 상이다.



어떤 포즈도 자신 있어요


최고의 아름다운 조각상으로 인정받는 <밀로의 비너스>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인간이 따라 하기에는 무리가 되는 자세라고 한다. 비너스 상의 근육의 모양을 연구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는데, 정말 그런지 거울 앞에서 한번 시도해 보자. 비너스가 취하고 있는 자세에는 이름이 붙은 몇 가지 대표 유형이 있다.

     

*엉덩이가 예쁜 비너스(Venus Callipyge):  몸을 살짝 꼬아 자신의 예쁜 엉덩이를 쳐다보는 모습을 하고 있는 형상이다.  

     

*정숙한 비너스(Venus Pudica):  가장 유명한 모습의 비너스다. 목욕을 막 마치고 나오는 모습인데, 늘 왼손으로 주요 부위를 가리고 오른손으로는 가슴을 가리고 있다. 비너스가 조개껍데기에서 탄생하는 순간에도 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조각의 균형미를 살리고 받침대 구실도 할 수 있게 왼쪽 다리 옆에 큐피드를 같이 조각해 놓은 경우가 많다. 가끔은 나무 조각을 세워 놓기도 한다.  


*웅크린 비너스(Crouching Venus): 구부리고 앉아 목욕하는 도중에 뭔가에 놀라 가슴을 가리고 뒤를 응시하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비너스 상이다. 주로 오른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얼굴은 오른쪽 뒤를 응시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지는데 옆에 어린 아들 큐피드가 같이 조각되는 경우가 많다. 루브르의 비너스 상은 손상되어 등에 큐피드의 손만 남아 있다.  


엉덩이가 예쁜 비너스, 정숙한 비너스, 웅크린 비너스(좌로부터)

  


아를의 포름 광장(Place du Forum)에는 반 고흐의 그림으로 유명한 카페가 있다. 많은 이들이 카페 앞에서 기념사진 찍기에 바쁠 때 카페 바로 앞 광장에는 미스트랄 시인의 동상이 '나도 아를의 주요 인물이라오.'라고 말하듯이 카페를 바라보며 서 있다. 한 번쯤 그에게도 시선을 주는 멋진 방문객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아를의 반 고흐의 'Cafe at Night"의 배경이 된 카페(좌)와 카페 앞 광장에 서 있는 미스트랄의 동상(우)(위키미디어)

그는 ‘별(Les Etoiles)’의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절친 이기도 하다. 알퐁스 도데도 프로방스 옆 동네인 님(Nimes) 출신이다. 주인집 아가씨와 프로방스 목동의 순수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 ‘별’은 황순원의 ‘소나기’와 함께 학창 시절 많이 읽었던 작품이다.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많다. 이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것은 아마추어나 프로나 매 한 가지 일 것이다. 그중에 2006년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 러셀 크로(Russell Crowe) 주연의 ‘A Good Year’라는 영국 영화가 있다. 잘 나가던 금융전문가가 삼촌의 프로방스 샤토와 포도밭을 상속받으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실제 프로방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이곳의 풍경과 삶을 잘 그려내고 있어 대리 경험을 해 보기에는 꽤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프로방스를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누가 봐도 프로방스에 대한 로망에 빠지도록 하는 영화였다.


그런가 하면, 프로방스에는 ‘쌍통(Santon)’이라 부르는 이 지역 전통인 독특한 작은 인형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부터 마르세유에서 만들어진 쌍통은 진흙으로 빚은 인형인데 ‘작은 성인(small saint)’이란 뜻이다. 마르세유에는 전통적으로 쌍통을 만들어온 가게 ‘쌍통 에스코피(Santons Escoffier)’가 마르세유 시내 '구 항구'에 위치하고 있어 항구를 둘러보다 바다가 조금 싫증이 날 즈음(그럴 일은 없겠지만) 재미 삼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인 예쁜 가게다.


'쌍통 에스코피'의 진열장


프로방스의 음식 


프로방스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통음식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요리로 ‘라따투이(Ratatouille)’와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디저트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답게 유명한 프로방스 전통 디저트인 ‘깔리손(Calissons from Aix)’도 있다.

디즈니 만화 '라따투이'표지와 라따투이

‘라따투이’는 프로방스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역 어디서도 만날 수 있는 일종의 야채 스튜(stew)다. 보통 파스타나 쌀과 같이 곁들여(side dish) 나온다. 디즈니사가 2007년에 만든 만화영화 ‘Ratatouille’도 있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프로방스 전통 음식이다.

 

    

프랑스에는 생선 수프(fish soup)가 아주 흔하다. 그런데 맛은 아주 짜다. 가능하면 이것은 먹지 말라는 선배들의 충고도 익히 들었던 수프다. 그에 비해 부야베스는 마르세유가 본 고장인 생선 스튜(fish stew)다. 항구도시이다 보니 배 사람들이 먹던 음식으로 시작됐던 부야베스가 이제는 마르세유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부야베스가 일반 생선 수프와 구별되는 것은  프로방스 지방의 허브와 양념이 추가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해물탕과 비슷한 음식인데 많은 양을 끓이면 그만큼 여러 종류의 생선과 해산물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어서 10인분 이하의 부야베스는 잘 안 만든다고 한다.  

미슐랭 가이드에 보면 진정한 부야베스를 만들려면 4가지 요소가 갖춰줘야 한다는데 첫째 지중해산 라스카스(Rascasse:전갈 물고기)가 들어가야 하고, 둘째 신선한 생선, 셋째 프로방스의 올리브 오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료 샤프론(Saffron)이 들어가야지만 제대로 만든 부야베스로 친다고 한다.


마르세유의 유명 식당 미라마르의 부야베스


깔리손은 엑상프로방스에서 17세기경부터 만들어진 디저트인데 멜론과 오렌지 그리고 아몬드를 이용해 만든 디저트다.  젤리와 누가의 중간 정도 되는 맛이다. 16세기부터 엑상프로방스는 아몬드 무역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연유로 만들어진 디저트가 아닐까 싶다.

깔리손

‘깔리손’이란 이름은 르네(Rene) 왕과 왕비의 결혼식 날  이 디저트를 먹은 왕비가 얼굴이 발그스레 해지면서 행복한 모습을 보이자 구경꾼들이 ‘왕과 왕비가 키스를 했나 봐.(Di câlin soun:They must have kissed)’라고 수근 거린데 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달콤한 디저트에 어울리는 스위트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프랑스인들은 스토리텔링에 무척 능하다. 이야기만 듣고 찾아갔다가 실망한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어서다. 그러나 깔리손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먹어 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을 보니 이번의 스토리텔링은 성공한 것 같다.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디저트 깔리손은 파리의 최고급 식품관인 봉 마르쉐 그랑 에피스리에도 진열되어 있는 고급 디저트다.





르네 왕(Good King René :1409-1480)은 누구? 

    

엑상 프로방스의 르네왕 동상

프로방스에 머스캣(Muscat:포도의 한 종류로 주로 디저트 와인을 만듦) 포도를 처음 전파한 왕으로 알려져 있다. 엑상프로방스의 중심가인 ‘꾸흐 미라보(Cour Mirabeau)’에는 한 손에 포도를 들고 있는 르네 왕의 동상이 서 있다. 이 지역의 문학과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이 커 엑상프로방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왕이다.












간략하게 프로방스 여행을 위한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았다.  프로방스로의 긴 여정의 시작은 세잔의 고향, 엑상 프로방스다.




다음 글은 <10. 프로방스 여행의 시작, 엑상 프로방스(Aix-en-Provenc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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