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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Jul 22. 2018

7. 듣기만 해도 정겨운 '프로방스'

프로방스 알고 가야지!

듣기만 해도 정겨운 프로방스’      

                                         


프로방스 지도(위키미디어)

인구수 450만의 프로방스는 프랑스의 27개 지역(region) 가운데 세 번째로 큰 지역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남불’이라 부르는 지역이다. 

‘프로방스(Provence)’의 지리학적 위치는 서쪽은 론(Rhone) 강, 동쪽은 이탈리아 국경, 남쪽은 지중해로 둘러싸인 프랑스의 남동쪽 지역이다.

이곳은 알프스를 넘은 최초의 로마제국의 영토로 로마시대에는 로마 본토와 대비하여 지방이라는 의미로 ‘프로빈시아 로마나(Provincia Romana)’라고 불리면서 ‘프로방스’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과거 이곳이 로마 제국의 영토였음을 확인시켜주듯 로마 유적들은 프로방스 전역에 산재해 있다. 곳곳에 남아 있는 로마시대의 흔적들을 보면서 무심코 걷다 보면 여기가 프랑스 인지 이탈리아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다. 

프로방스의 앞바다 지중해를 ‘코트다쥐르(푸른 해변)’(https://brunch.co.kr/@cielbleu/78 참조)라 부르며 프로방스와 바로 인접해 있는 랑그독-후시 옹(Languedoc-Roussillon) 지역은 님(Nimes)과 같은 유서 깊은 로마 시대의 도시들이 남아 있어 찾는 관광객이 많다 보니 프로방스로 혼돈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리를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남불’ 하면 이 지역들을 두루 망라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운이 좋아 프로방스를 몇 차례 가 볼 수 있다면 모를까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 될지도 모를 프로방스를 그저 차창에 어리는 아름다운 풍경만으로 만족한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늘 그렇듯 여행은 조금만 알고 가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프로방스 조금만 알고 가보자. '듣기만 해도 정겨운 프로방스'편에선 프로방스의 자연과, 라벤다, 프로방스의 매미(?) 이야기를 하고, '생각만 해도 정겨운 프로방스'편에선 프로방스의 예술과 음식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로방스로의 여행을 위한 '프로방스 알고가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로방스의 자연  

   

프로방스의 자연은 그야말로 종합 백화점 같이 빠진 거 없이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바다와 산, 미스트랄이라 불리는 프로방스 특유의 바람이 있는가 하면 라벤다가 끝없이 피어있는 평원도 있다. 많은 이들이 프로방스 하면 ‘코트다쥐르’를 제일 먼저 떠 올려 프로방스는 해안가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곳에는 프로방스의 ‘그랜드 캐넌’이라 불리는 ‘ 고르쥐 뒤 베르동(Gorge du Verdon)’이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 인들 중에는 프로방스에서 꼭 봐야 할 곳으로 베르동 계곡을 뽑는 이들이 많다.


전형적인 프로방스 풍경(좌)과 베르동 계곡(우)

  

그런가 하면 고흐가 살았던 아를(Arles)의 남쪽  론 강 하류에는 까마르그(Camargue)라는 유럽 최대의 삼각주가 있어 야생조류의 천국이라 부르는 기름진 땅을 가지고 있다.  

까마르그 소금

마트에서 볼 수 있는 ‘Fleur de Sel de Camargue’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소금인데 소금을 ‘바다의 꽃(Fleur de Sel)’이라 표현한 프랑스인들의 센스가 재미있다. 소금을 ‘바다의 꽃’으로 부르게 된 것은 소금이 건조될 때 바이올렛 향이 난다 해서 그렇게 지은 것이라고 한다. 



생 빅투아 산(좌)과 세잔의 생 빅투아 그림(우)


다시 시선을 내륙으로 돌리면 세잔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생 빅투아 (Sainte-Victoire) 산이 프로방스 중심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프로방스다. 

프로방스에 부는 바람은 ‘미스트랄(mistral)’이란 고유명사로 부른다. 바람마저도 특별대우다. 이것은 겨울과 봄에 북쪽의 론 강 계곡에서 남쪽의 강 하류까지 부는 차고 건조한 바람이다. 론 강은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서 발원하여 남불을 거쳐 지중해로 흘러가는 800여 km에 달하는 강이다. ‘미스트랄’은 보통 하루나 이틀 정도 불며 주로 낮에만 부는 바람이지만 심할 땐 시속 100km가 넘는 강풍이 되기도 한다. ‘미스트랄’이란 이름은 영어의 ‘masterly(대인답게)’란 뜻의 이 지역 방언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바람은 프로방스의 기후를 결정짓는 중요한 바람으로 프로방스 특유의 맑고 청명한 날씨와 유독 밝은 햇빛은 이 바람이 공기 중의 먼지를 날려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다른 지역은 궂은 날씨를 보여도 프로방스의 날씨는 항상 맑고 깨끗할 수 있다고 한다. 여러 요소를 다 갖고 있는 천혜의 지역에 이렇게 고마운 바람까지 있다니 배가 좀 아파온다.

 

라벤더와  라벤딘(Lavender and Lavandin)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단골 사진의  주인공 세낭크(Sénanque) 수도원

프로방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라벤더일 것이다.

들판이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 프로방스의  엽서나 사진들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게 실화냐?'하고 사진 합성이 의심될 정도인데 이 보랏빛 물결은 불어로는 라방드(Lavande)라고 쓰는 만개한 라벤더 들판의 실제 모습이다.

매년 7월 15일부터 9월 15일 사이에 라벤더는 추수 기간으로 들어가면서 프로방스 곳곳에서는 ‘라벤더 축제’가 열린다. 끝이 안 보이게 일렬로 죽 늘어선 보랏빛 라벤더의 향연을 감상하려면 이 기간보다 먼저 프로방스를 방문해야 추수 전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너무 일러도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7,8월이 가장 적기라고 할 수 있다. 추수기인 9월 중순이 지나면 들판은 다시 갈색의 황토색이나 라벤더 꽃 부분이 잘려나간 초록의 밑동 만이 남아있어 보랏빛 향연은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라벤더를 향수, 비누 등 화장품의 재료로 많이 알고 있지만 프로방스에서는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상비약 재료로 더 알려져 있다.

벌레 물려 가려울 때나 근육통 등에 라벤더 진액이나 오일을 마사지해주면 잘 듣는다 하여 이곳에서 라벤더는 상비약처럼 되어 있다. 각 지방마다 지방 특유의 방식이 있을 테니 이것도 그런 것 중 하나란 생각이 든다.  프로방스식 신토불이다.  

 

라벤더 들판과 수확용 낫 '씨트'(위키미디어)

  


라벤더는 전통적으로 초승달 모양 같은 ‘씨트(Scythe)’라는 낫으로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 수확했는데 1960 년대부터는 라벤더의 수요가 급증하자 기계로 수확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수확 방법만 바꾼 것이 아니라 종자개량까지 했다고 한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라벤더의 수요가 급증하자 라벤더 보다 성장도 빨리 하고 수확량이 많은 라벤딘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벤딘은 일종의 라벤더 변종으로 라벤더 주변에 서식하는 벌들로 인해 생긴 변종으로 추정한다. 항상 우성인자 쪽으로 진화하는 진화의 원리처럼 라벤딘은 오리지널 라벤더 보다 생존력이 강하여 수확량도 많다. 그러나 엑기스나 오일의 질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물론 오리지널 라벤더의 질이 좋다는 말이다. 

와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가 라벤더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알고 보니 ‘AOC’는 와인뿐 아니라 치즈, 버터 그리고 여러 농산물에도 적용되는 프랑스 인증제도였다. AOC인증은 엄격하여 ‘오뜨 프로방스(Haute-Provence)’지역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되는 일정 구역의 라벤더 오일 에만 AOC인증 마크를 붙일 수 있다고 한다.

라벤딘(좌)과 라벤더(우)/위키미디어

라벤더는 해발 500m에서 1500m 사이에서 자라며 크기가 1m에 달하기도 하는데 라벤딘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긴 가지 끝에 하나의 꽃송이만이 핀다는 것이다. 반면 라벤딘은 가지 하나에 세 개의 꽃송이가 달리는 것으로 우리도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꽃이 많이 달리다 보니 오일의 생산량도 라벤더의 4배에 이른다. 그러니 생산량으로만 본다면 라벤더를 재배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매력적인 종자개량인 셈이다.

실제로 프로방스 지역에서 매년 생산되는 라벤딘 오일은 1000톤에 이르는 반면 라벤더 오일은 90톤 밖에 안 된다고 하니 값이 비싼 이유를 알만 하다.

값이 비싼 라벤더 대신 라벤딘을 사용하여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경우가 있으니 싸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고 라벤더와 라벤딘의 함량을 잘 확인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라벤더 축제(Fete de La Lavande) 

    

7월부터 9월까지 벌어지는 라벤더 축제는 프로방스 12개의 마을에서 벌어지는데 

역사와 규모면으로 중심 도시 쏘우(Sault)와 발랑솔르(Valensole)를 추천한다.     


     

라벤더 축제가 열리는 마을전경과 쏘우의 라벤더 축제 포스터


프로방스의 매미(Cigale:씨걀)


프로방스에는 라벤더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프로방스 매미다.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면 라벤더 제품이 아니면 매미 관련 상품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왜 이렇게 매미 관련 제품이 많은가 의아했는데 19세기 말 한 부유한 장사꾼이 자신의 손님들에게 선물할 토속적인 상품을 생각하다가 도자기 전문가에 의뢰하여 매미를 주제로 한 선물을 만들었는데 이 아이디어가 대박을 쳤다고 한다. 

그 후로 매미는 꽃병에도, 벽지에도, 컵에도 하물며 비누에까지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것이면 어디든 그 자태(?)를 들어내게 되었다. 물론 이것만이 이유는 아닌 듯하다. 매미를 바라보는 프로방스 사람들의 재미있는 해석도 일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매미는 유충으로 수년을 땅 속에 있다가 성충이 되어 한 달 남짓 울다 가는 불쌍하고 안쓰러운 곤충이다. 

그러나, 이런 매미의 생태를 프로방스 인들은 인생의 가장 황금기를 신나고 멋지게 살다 가는 곤충으로 본다. 그들의 인생관이 그렇다. 

이 지역 출신의 시인 프레데릭 미스트랄도 그의 시에서 ‘Lou souleou mi fa canta.: The sun makes me sing.’이라 표현하여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가 하면 그리스에서도 매미를 노래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음악의 신 아폴로의 분신으로 보기도 한다.

시끄러운 매미의 노래는 짝을 찾는 소리가 아니던가?  우는 건지 노래하는 건지 어찌 되었건 시끄러운 것은 수컷인데 이것을 보고 고대 그리스 시인 크세노폰(Xenophon)은 ‘축복받은 매미여! 조용한 마누라를 두고 있으니.’라고 노래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 동서고금을 통해 마누라들은 시끄러운 존재로 인식되어 있나 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


세상의 이치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매미의 울음소리를 그저 듣기 싫은 잡음으로 생각한다면 프로방스의 여름은 견디기 힘들 테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황금 타임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매미의 열정에 힘을 실어 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프로방스의 시끄러운 매미는 프로방스 인들의 사랑 속에 더욱 씩씩하게 울어대고 매미 관련 상품은 오늘도 끊이지 않고 만들어지고 있다.



씨걀 모양의 벽걸이 화병과 씨걀 모양의 비누


프랑스의 자존심 프로방스.

그들의 예술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다음 글은 <9. 생각만 해도 정겨운 '프로방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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