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업계에서는 피해자가 대장인가?
중남미 시간에 맞추어 한국시간으로는 저녁 9시에 회의를 한다. 온라인 회의가 일상이 되고 나서는 회의가 점점 더 많아진다.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면에서는 좋다고 해야 하지만, 시차 따위는 개나 줘 버리라는 work etiquette이 보편화되어 버려 곤란하다. 의사소통이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우선하는가? 속으로는 외치고 있지만, 줌 화면에는 활짝 웃는 얼굴을 비춰야 한다. 줌에는 스스로의 얼굴도 보이니까, 무의식적 외면도 허락되지 않는다.
다들 참 열심히 산다.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해, 조금 더 효율적이기 위해, 조금 더 성공하기 위해 (또는 밀려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산다. 오밤중의 회의도 마다하지 않고 방긋 웃고들 있다. 물론 클라이언트들은 비디오를 꺼놓는다. 얼굴을 보여야 하는 것은 service provider들이다. 국제기구가 굴러가게 하기 위해 돈을 내는 건 선진국이지만, 부자가 되지도 못하고 기후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는 것은 개도국이므로, 그들은 클라이언트의 지위를 가진다. 개발 업계에서는 돈 가진 놈이 대장이지만, 기후변화 업계에서는 피해자가 대장인, 그런 파워 다이내믹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다 보니 꽂히는 문장이 있었다.
“Tell me what you do with what you eat, then I will tell you who you are. “
조르바가 주인공 청년에게 하는 말이다. 보스, 보스는 빵을 먹고 와인을 마시고 하는 일이 뭐요? 책 보는 것 말고는. 여자, 춤, 그런 건 아무것도 못하고.라는 말을 삼키고.
다들 먹은 것으로 무엇을 하는가? 분명한 것은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다들 참 열심히 산다. 더 열심히 살아서 더 개발을 많이 하고, 더 탄소를 많이 내뿜고… 그런 건 아니겠지. 지구를 위해서 돈을 쓰는 거겠지. 돈을 안 쓰고 덜 열심히 살면 안 되는 거겠지. 피곤해서 그런지 질문이 정리가 안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