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철학과 세계를 통해 고민해 보기
국제개발협력은 쉽게 말해 선진국이 개도국을 도와주는 것이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서유럽의 전후복구가 그 시초였는데, 그 후 속속 독립한 개도국들의 보건, 교육, 농업과 같은 기본적 분야에 대한 지원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개최했던 1988년에는 IPCC라는 협의체가 만들어지면서 기후변화가 공식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국제개발협력과 기후변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2024년 4월 말이 되면 꼭 20주년이 된다.
밥 벌어먹기 위한 일이지만, 누구나 “이게 맞나?”라는 의문을 한 번쯤은 가질 것이다. 나 또한 ‘가난한 나라를 돕는다면서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네’라든지, ‘받는 사람은 고맙지도 않고 필요치도 않은데 돈지랄이네’라든지, ‘지속가능한 개발, 기후변화도 고려한다면서 철저히 개발/자본주의 일변도네’라든지, 불만이 많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 모든 게 ‘생각이 없이 일을 해서, 개발협력의 중심을 세우는 철학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하는 잠정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개도국에서 프로젝트를 잘할 수 있는지’를 넘어서는, ‘이 방향이 …. 맞나?’ 하는 생각 말이다.
나는 대학 때부터 철학을 좋아했다. 법학으로 입학했지만, 철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철학이야말로 생각의 근본이고, 생각이야말로 주체성과 자유의 근본이라고 느꼈다. 심리학은 사람 그 자체에 집중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동물행동학까지 더해서, 주관적이고도 객관적인 렌즈를 구비하려고 했다. 그래서 잘 안 어울리는 철학/심리학과 개발협력이라는 주제를 붙여보려고 한다. 몇 명에게 얘기했더니 ‘그걸 왜 붙이냐’는 사람도 있었고, ‘신선한 관점’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국제개발협력, 기후변화 동종업계 종사자(및 지망생)를 비롯하여, 한국의 문제뿐 아니라 세계로 시선을 넓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를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잡아본 목차들은 이렇다.
1장: 진짜 개발이 필요한가?
스토아철학과 지속가능한 개발 : 헬레니즘 시대에 개인을 위로했던 스토아 철학(미니멀리즘)이 현대에 줄 수 있는 교훈과 한계는?
융의 집단무의식과 글로벌 연대 :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내장되어 있는 집단무의식(원형)은 글로벌 연대를 촉진하는 데 유용할 것인가? 집단무의식이 집단적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경우도 알아본다.
쇼펜하우어와 의지에의 표상 : 진정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것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가? 주는 사람이든 받는 사람이든?
직선적 세계와 순환적 세계 : 헤겔의 나선/직선적 세계관과 장자, 안데스의 가이아 철학 등 순환적 세계관을 통해 개발의 적정선을 알아보자.
탈개발과 신유물론 : 연대의 범위는 인간을 넘어갈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면 사람들이 탈개발에 어느 정도 찬성할 것인가? + 동물행동학
2장: 무엇을 개발하는데?
공자와 교육을 통한 사회 변혁 : 공자의 교육철학(인-사랑, 지속학습, 평등한 교육기회, 실천적 지혜)이 교육분야 개발협력 사업에 주는 교훈
푸코의 생명정치와 보건 : 개인의 생활 방식, 영양 섭취, 신체 활동 규제, 질병관리와 감시, 보건의료 자원의 배분 등 생명정치라는 렌즈를 통해 보건분야 개발사업을 들여다본다.
하이데거와 기술에 대한 책임감 : 기술은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고 관계하는 틀(존재의 틀)이 되었다. 그 대안으로서의 예술과 사고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개발에서의 기술의 역할과 한계는?
흄과 기후변화의 실재성 : 기후변화는 실재인가? 실재란 무엇인가? 공동의 감각은 무엇인가?
공리주의와 취약계층/성소수자 :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취약계층과 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가? 대안적 관점은 없는가?
발터벤야민과 기억을 통한 역사의 재해석 : 벤야민의 역사관이 개발협력에 줄 수 있는 교훈, 남의 나라 역사 내 맘대로 해석하지 말자, indigenous people에 대하여.
3장. 누가 누구를 개발하는가?
비트겐슈타인과 언어의 한계 넘기 : 국제개발협력에서 소통과 이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들뢰즈, 가타리의 비정형 네트워크의 힘 : 비정형 네트워크 리솜과 국제개발협력에서 비정형 네트워크의 힘
에피쿠로스와 커뮤니티 기반 기후변화 대응 : 우정과 작은 쾌락의 공동체를 중시했던 에피쿠로스의 철학에서 커뮤니티 기반 기후변화 대응 가능성 탐색
주체성과 욕망의 철학 : 니체와 라캉, 이것은 내 욕망인가 네 욕망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간다.
부처의 가르침과 개인의 변화로 시작하는 세계 변혁 : 부처의 중도와 연민에서 배우는 개인의 변화가 글로벌 이슈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일주일에 하나씩 쓰면 4개월이 걸린다. 목차는 바뀔 수도 있다. (이렇게 공표해 놔야 쓰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