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1. 가짜 휴식 물러가라, 훠이!
가짜 휴식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자극적인 유튜브를 반복적으로 보거나, 이미 다 본 웹툰을 다시 정주행 하곤 합니다. 할 때는 모르는데, 몇 시간이고 보다 보면 눈도 빠끔하고 머리도 띵해요. 그제야 쉰다는 핑계로 피곤함만 더했구나 깨닫습니다.
영상을 보는 것은 왜 이리 피곤할까요?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는 것은 그렇게까지 피곤하지 않은데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강물을 볼 때는 반짝이는 윤슬도 보고, 살랑이는 물풀도 보고, 햇빛도 보고, 시선과 정신이 유연하고 천천히 움직입니다.
영상을 볼 때는 조그만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몇 시간이고 손가락과 머릿속만 움직입니다. 강물 속의 돌덩이나, 부서지는 물결의 특정한 영역에 몇 시간이고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마 지겨워서 5분도 안 되어 시선을 돌릴 거예요. 유튜브 영상은 사람의 시선과 생각을 자연스러운 시간 이상으로 붙잡아두니까, 피곤할 수밖에 없는 거죠. 싸구려 SF 영화에 나오는 고문 장면 같기도 하네요.
내용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은 - 너무 귀엽거나, 너무 특이하거나, 너무 멋있거나 - 아무튼 일상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특별한 것들입니다. 특별함은 처음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대리만족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특별한 영상의 세계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 격차는 현실을 초라함을 더욱 부각한달까요? 낙담하게 돼요. 낙담해서, 더 피곤한지도 모릅니다.
현실이 충분히 재밌고 행복하다면 영상의 세계를 찾지도 않겠지요. 가짜휴식, 가짜 위로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모조품이긴 하지만, 진짜 위로, 진짜 휴식보다는 훨씬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느껴져서, 유혹에 저항하기가 힘듧니다.
다행히,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어서 문득 ‘이게 가짜 휴식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아니면 한 이틀은 늘어져서 쉰다는 핑계로 몸과 마음을 혹사시켰을지도 모르지요.
진짜 휴식은 뭘까요? 정말 쉬는 것, 팽팽하게 긴장해서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감정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 몸도 유연하게 풀어주고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 지금 내게 필요한 온도와 밝기와 적당한 조용함, 편안하게 숨 쉬고, 차분하게 얘기하고, 천천히 생각하는 것. 그게 진짜 휴식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네요. 익숙하지 않을 뿐 당장 할 수 있습니다.
가짜 휴식 물러가라, 훠이!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