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74. 요즘 내 삶에서 버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A74. 재활용 분리수거장에 버릴래요

by Jee


만약 동네 한 귀퉁이에 사람들이 삶에서 버리고 싶은 것들의 분리수거장이 있다면 어떨까요?

한 때 쓸모 있었지만 이제는 필요 없는 것, 하지만 완전 더러운 쓰레기는 아닌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종류대로 모아두는 곳이 분리수거장입니다. 물건이 담겨 왔던 종이 상자들, 음식배달용 플라스틱들, 보온이 필요할 때 스티로폼 박스들, 낙서나 메모를 적어놓은 종이들…

우리의 삶에서 버리고 싶은 것들도 그렇게 한때는 역할과 쓸모가 있었던 것들이 아니었을까요? 질투와 결핍은 한때는 나를 성장으로 몰아붙였고, 누에고치처럼 나를 꽁꽁 싸매던 우울과 나태는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고, 끄적거려 보았지만 결국 완전한 생각으로 끝맺지 못한 상념들은 시간이 지나 다른 결론으로 맺어지지 않았던가요?

삶의 그림자들을 분리수거하는 곳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한밤중까지 질투와 결핍, 우울과 나태, 답이 없는 고민들이 쌓이고, 동이 트는 새벽이면 형광색 조끼를 입은 청소 프로들이 쓰레기들을 재분류하고 곱게 접어서 한편에 차곡차곡 쌓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그렇게 한편으로 치워진 분리수거장을 바라보면 또 하루를 살아낼 힘이 나고요.

실은, 순간순간 버리고 싶은 감정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오늘 낮에도 한 시간에 한 번씩, 또는 두 번씩, 이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불안해졌습니다. 그 감정들을 먼지 떨듯이 떨어가면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남은 큰 덩어리들을 분리수거합니다. 인간의 세포도 몇 년에 한 번씩 모두 교체되듯이, 마음의 찌꺼기도 매일매일 버리고 새로 돋아나는 거라고. 그렇게 되라고.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