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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Jun 26. 2024

[기후변화 사고실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첫 번째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상상의 힘


2013년에 나온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셨나요? 벤 스틸러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는데, 일상에서 모험을 꿈꾸던 평범한 직장인 월터 미티가 사라진 필름을 찾기 위해 실제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걸핏하면 몽상에 빠지던, 데이트 앱 프로필에 적을만한 "해본 것도, 가본 곳도, 특별한 일도 없는" 월터가 아이슬란드에서 킥보드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은 지금도 제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이지만, 저는 한국어 제목도 꽤 마음에 듭니다. 상상의 강력한 힘이 어떻게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지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죠.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문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돈, 종교, 영혼 등에 대한 믿음(상상력)은 복잡한 사회구조와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고요.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제한되어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포괄한다"라고 말하며,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인간은 상상한 것을 현실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비행기,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내고자 하는 동기가 있을 때, 불가능할 것 같던 과제를 해결해 내는 것이 인간입니다. 상상이 강력한 또 다른 이유는 상상에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상상은 미래를 가상 체험하는 것이니까요. 문학작품이나 멋진 계획을 들으며 공감하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창의성과 끈기를 발휘하게 됩니다. 




기후변화 직면하기 


뉴스를 보면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천여 명에 달하고, 인도와 중국의 온도가 50도를 넘어 열사병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기억에 남는 '엉뚱한?' 영상이 있었습니다. 인도의 어느 경찰서 앞 나무에서 원숭이가 툭 떨어졌습니다. 너무 더워서요. 경찰관은 열심히 심장마사지를 하고 물을 끼얹어 원숭이를 살렸습니다. 긴박한 상황인데도 겨드랑이를 붙잡혀 탈탈 털리는 작은 원숭이의 귀여움과 경찰관 아저씨의 다정함이 뇌리에 박혔습니다. 


그런 영상을 볼 때마다, 아우 이제 인도여행은 못하겠다라며,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합니다. 사실이 아닌데도요. 2023년 발표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는 한국이 전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른 온난화 속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지난 109년간(1912~2020년) 연평균기온이 약 1.6℃ 상승 / 전 세계 평균 1.09℃ 상승). 표층 수온이나 해수면 상승도 2배 이상 빠릅니다. 이 세기말이 되면 태백산맥을 제외한 전국이 아열대 기후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기후변화를 느끼면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을 애써 떨치려 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부정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절망하거나, 정당화하고, 무관심해하면서요.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이 있지만, 기후변화 자체를 직면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미래 세대뿐 아니라 현재의 인류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 빨라지고 파괴적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 행동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인데도요.  




기후변화 사고실험


그래서, '기후변화 사고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상상으로나마 기후변화의 현실 속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 때, 하지 않았을 때 나와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기후변화가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데 내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니, 상상을 통해 실감해 보는 거죠.

만약 여름이 지금보다 두 배 더 길어진다면, 우리의 생활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까?

모든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면, 식당 메뉴는 어떻게 바뀔까?

해안가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된다면, 우리는 어디로 이사 가야 할까?

매년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보험료가 급등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재정 계획을 세울까?

토양의 질이 저하된다면, 농작물의 맛과 영양은 어떻게 변할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시스템이 개편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우게 될까?

환경 보호가 최우선 과제가 된다면, 정치적 우선순위는 어떻게 변할까?

....


상상해 볼 것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인간이 가진 상상력의 힘은 강력하지만 그 상상은 대개 욕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때로 인간의 욕망과 상상은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지요. 하지만, 상상력의 방향을 정하는 것 또한 인간이기에, 인간이라는 종족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요? 앞으로 이 주제로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 글을 읽으며 함께 상상해 볼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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