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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Nov 17. 2024

배우고, 즐기고, 조언을 구하는 독서

2024년의 독서 30권

2024년이 저물어간다. 올해 무슨 책을 읽었더라, 기록을 뒤적거렸다. 블로그, 일기에 몇 자 남겨놓은 것, 도서관 대출이력… 한 달에 2-3권, 끊길 듯 아닐 듯 이어진 독서의 기록.


배움을 위한 독서


기후변화 평가 일을 하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싶어서 기초부터 읽기 시작한 책들이다. 기후변화 분야 교과서라는 기후책은 몇몇이 모여 공부하듯이 6주에 걸쳐 읽었다. 기후변화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한 소설도 읽고, 기후금융, 기후정치, 기후철학의 개론서라 할만한 책들도 읽었다. 생태학이나 인류학처럼 기후변화보다 더 오래된 환경 담론들도 재방문했다(최재천 교수님의 추천목록을 따랐다). 예전에 읽었던 사회조사분석서도 다시 꺼내어 공부했다. 모르는 것이 많아 더듬더듬 천천히 읽었다. 가급적 독후기록이나 PPT로 주요 내용을 정리해 가며 읽었다. 6월쯤 이 독서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이후로는 그리니움이라는 뉴스레터를 꼼꼼히 읽고 이 또한 공부하듯 정리했다. 사람들과 함께 읽고 얘기하면 한번, 그 내용을 글로 쓰면 한번 더 머릿속에 내용이 남았다.


1. 기후책 (그레타 툰베리)

2.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김기창)

3. 기후금융입문서 (양춘승)

4. 기후 리바이어던 (조엘 웨인라이트)

5.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김종철)

6.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7. 침팬지 폴리틱스 (프란스 드 발)

8. 사회조사분석사


기후와 평가 관련 책을 읽는 중 가끔 AI 관련된 책을 읽었다. AI를 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조심해야 할 것이 궁금하기도 했다.


9. AI 지도책 (케이트 크로퍼드)

10. 2024 AI 트렌드 (딥 앤 와이랩스)

11. 똑똑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질문하는가 (이시한)


즐기기 위한 독서


상반기에는 재능 나눔으로써의 글쓰기 강의나 글쓰기 모임, 나 스스로도 100일 쓰기나 브런치에서 소설 쓰기 등에 집중했었기 때문에, 글쓰기를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을 꽤 읽었다. 돌아보니 몇 가지가 기억나는데, 작가의 목소리(확신)를 가져야 한다는 것,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구체적이고 감각적이어야 한다는 것, 구체적이고 감각적면서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 정신의 기저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리면 명작이 된다는 것, 에세이, 소설, 르포… 무엇이든 일단 형식을 갖춰 책이 되는 분량을 써보라는 것….


12.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이유미)

13. 하버드 글쓰기 강의 (바버라 베이그)

14.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15.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16.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공부-읽기에 좀 지쳐서인지) 소설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제주도 여행 다녀와서 읽은 순이삼촌(4.3을 다루었다)을 빼면 장강명 소설이 2권, 오쿠다 히데오 소설이 3권, 한국 sf 소설(김보영)이 한 권, 얼마나 잘 쓰나 보자 하고 봤던 이슬아의 소설(보면서 아우, 잘 쓰네, 했다)…


17. 순이삼촌 (현기영)

18.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 남궁인)

19.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홍인혜)

20. 다섯 번째 감각 (김보영)

21. 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22. 라디오 체조 (오쿠다 히데오)

23. 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24. 재수사 (장강명)

25.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소설을 보면 어쩜 겪어보지도 않은 일을 이렇게 생동감 있게 그릴까, 어쩜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입장에서 쓸 수 있을까 감탄한다. 소설을 읽는 잠시나마 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래서 굵직한 일들이 끝나면 꼭 소설을 몇 권 빌려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는데, 돌아보니 꿀 같다.


조언을 구하는 독서


어떤 책들은 누군가에게 인생의 조언을 구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앞으로 1년, 그리고 또 10년 그 너머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때로 지향과 열정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눈앞의 것에 급급해 시야가 짧아질 때, 심호흡과 함께 읽었던 책들이다. 도시, 아파트에서의 내, 내 가족 중심의 삶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체에 관심이 생겨 책으로나마 기웃거리기도 했다.


철학책 3권

26. 느끼고 아는 존재 (안토니오 디마지오)

27.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28. 오십에 읽는 주역 (강기진)


공동체 책 2권

29.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조현)

30. 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 (나은영)




책들은 때로 인내와 성실함을 요구했고, 기후책, 하버드 글쓰기 강의 같은 책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이야기하는 메커니즘이 있었기에 완독 하고,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지칠 때 쉼을 주었던 소설책들이 감사하다. 소설은 언제나 고요함 속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연결한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소설 주인공이 하는 행동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내 개인의 삶이 좀 덜 중요해진달까, 심각한 표정이 좀 풀어진다.


조언을 구했던 책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답은 허공에 매달려 있다.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아마도 책은 처음부터 내 인생에 대한 답은 주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답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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