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월
새 집에는 목재 데크가 깔려있는 널찍한 테라스가 있는데, 양쪽에 작은 텃밭이 있었다. 옆집은 데크를 반쯤 걷어내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기를 생각이 없었는데(전혀 없었는데), 햇빛을 쬐며 나가 앉아 있다보니 점점 “저기에다 뭘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차오르는 것이다. 무슨, 식물의 정령 같은 것이 있어서 사람을 유혹하는 것일까?
나는 홀린듯이 매일매일 이런저런 씨앗을 주문했다. 종류가 30개쯤 되었을 때에야 씨앗 쇼핑을 멈출 수 있었다. 휴. 작은 모판에 뿌리고 아침저녁으로 살피며 분무기로 촉촉하게 해주었다. 빠르면 하루 이틀, 늦어도 일주일 후엔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바보같이 너무 빽빽하게 심은 탓에 손가락 마디만큼 자랐을 땐 솎아낸다고 혼이 났다.
옮겨 심을 수 있었던 건 손에 꼽았다. 먹을 수 있는 것에는 상추, 루꼴라, 버터헤드, 적겨자, 고추, 애호박. 한계절 내내 잘 따 먹었다. 꽃들은 옮겨심으면 죽어버려서, 텃밭에 직접 양귀비, 메리골드, 백일홍 씨앗을 뿌렸더니 날이 꽤 따뜻해지자 꽃이 피었다.
작고 여리여리한 꽃은 씨앗도 아주 작고, 백일홍처럼 굵은 대에 크고 억센 꽃이 피는 것은 씨앗도 비교적 크다. 작은 씨앗들은 너무 가벼워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심으면 우르르 텃밭 끝으로 몰려가버렸다.
3월에는 텃밭에 자연스레 피어난 민들레 잎도 많이 따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