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1. 요즘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가요?

그 색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by Jee

얼마 전 치과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치료가 곧 시작될 것 같아서 핸드폰을 사물함에 넣어버린 터라, 손과 눈을 둘 데가 없었습니다. 치과는 50층짜리 건물의 3층에 있는데 통유리창으로 건물 앞 8차선 도로와 널찍한 보도블록이 보였습니다. 오후 6시가 가까워져 어둑어둑해져 가는 시간대라 모든 것이 회색빛이었습니다.

보도블록은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눈이 많이 왔나? 그새 눈이 왔나? 저는 무심히 생각하며 시선을 도로 위로 옮겨 꾸물꾸물 움직이는 차들, 뒤꽁무니의 빨간 후미등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음, 도로에는 눈이 없네? 음? 오늘은 눈이 안 왔는데? 저는 조금 당황해서 보도블록을 다시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보니 흐릿한 어둠이 내려 있을 뿐 눈 내린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밝아서 하얀색으로 착각한 것이었어요.

아차, 시간이 나면 핸드폰만 들여다보느라 내가 주변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살고 있구나. 형태며 색깔이며, 내 주변에 있는 진짜 풍경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습니다. 매일 내 눈에 제일 많이 들어오는 건 컴퓨터 화면에 뜬 하얀 종이색깔이라, 보도블록도 흰색으로 보였나, 싶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제주도 갔을 때입니다. 한겨울인데, 펑펑 눈이 오는데도 나무들과 길가의 풀들이 모두 푸르고, 빨간 먼나무 열매, 노란 하귤이 주렁주렁 달린 풍경이 무척 이국적이었습니다. 색깔이 있는 세상, 싱그러운 곳이구나, 이 겨울에도 생명력이 넘치는구나 하고 감탄했었습니다. 오늘은 길거리에서 회색과 흰색이 아닌 다른 색깔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길거리에서 처음 만나는 색깔이 노란색이라면 오늘 하루 종일 노란색을 좋아해 주고,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당신의 글쓰기가 나 자신과 세상을 바꾸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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