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8. 최근 가장 좋았던 여행(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여행의 어떤 점들이 좋았었는지 적어보세요.

by Jee

지난겨울에 제주도에 갔었습니다. 눈이 펑펑 왔는데, 육지에서와 다른 싸락눈이 사륵사륵 녹아버리는 게 신기했습니다. 눈이 와서 별로 할 것도 많이 없었기에, 제주에 매료되어 천착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같은 듯 다른 해변들이 개성이 강한 모델들처럼 매력적이었고, 중산간의 오름과 목초지, 변화무쌍한 기후가 야성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섬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아빠 간이식 수술을 하고 여동생과 여행했던 하와이가 최고의 여행지입니다. 차를 몰고 이런저런 해변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찾은 누드비치에서 몸에 부딪히던 잔잔한 파도와, 거울처럼 맑은 물에 내리쬐던 햇빛이 만들던 무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지요. 흥청망청 늘어진 바오바브 나무 밑에서 그네를 타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호텔에 찾아가 칵테일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19세기말까지 사람이 살지 않았고, 대륙으로부터도 고립되어 독특한 식생과 동물을 가진 갈라파고스도 좋았습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은 독특한 풍경들, 이구아나와 거북이의 집에 숨어들어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기분이었어요. 나무처럼 두껍고 키가 큰 선인장을 먹는 부루퉁한 이구아나들, 코앞까지 헤엄쳐오는 바다사자들, 발이 하늘색에 귀여운 춤을 추는 부비새들. 섬의 한편은 적도의 열기와 가뭄에 말라버린 나무들이 겨우 이끼만을 얹고 있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푸른 잎뿐 아니라 노랗고 빨간 꽃까지 생기를 띄었습니다.


이슬람과 가톨릭이 섞여 있는 시칠리아섬도 좋았습니다. 튀니지에서 배를 타고 좁은 지중해를 건너가면 하룻밤만에 닿을 수 있는 시칠리아는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고도 묘하게 매력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설치고, 밤늦게까지 바의 공연을 보고, 정육식당에 가서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지요.


섬이라는 공간은 어느 정도 고립되어 ‘나다움’을 쌓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작은 섬은 문화랄 것이 생길 여유가 없겠지만, 차를 타고 몇 시간은 돌아다녀야 하는 크기를 넘어가면, 그 섬은 그 나름의 내적 시스템을 갖추고, 개성을 갖추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섬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제가 좋아하는 여행지는 개성만점의 섬들입니다.



당신의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꾸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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