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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4. 최근에 찍은 핸드폰 속 내 모습들은…

어떻게 보이나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by Jee

지난 몇 달간의 사진을 슥슥 넘겨보며 휘뚜루마뚜루 빅데이터 분석을 해봅니다. 책이나 공부를 정리한 사진(블로그 게시글 사진 포함), 놀러 간 사진(사람은 조그맣고 풍경은 커다란), 남편과 내 얼굴이 크게 찍힌 셀카, 고양이 사진, 행사나 모임 사진이 고루고루 있네요. 내 마음대로 사진그룹에 색깔을 부여해 봅니다.

- 공부사진은 차분한 브라운

- 놀러 간 사진은 파란 하늘색

- 남편과 나의 셀카는 행복한 노란색

- 고양이 사진은 나른한 아이보리

- 행사나 모임 사진은 공식적인 검은색


제 일상은 다섯 가지 색깔이 옹기종기 모여 형성한 landscape입니다. wrtn에게 그려달라고 하니 노란색이 주조를 이루는 땅에 검은색이 섞인 기둥이 솟아있고, 하늘색이 고루 분포된 추상화를 그려주네요. 하나 빠진 게 있다면 혼자 있는 고요한 시간, 사진으로 찍지 않기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시간들입니다. 잠들어 있기도 하고 혼자 음악을 듣고 있기도 하겠지요. 그 반투명한 시간을 더하면 내 일상의 풍경이 완성될 겁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런 글만으로 저라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어렵겠지요. 설명이 너무 불충분하고 비밀스럽습니다. 조금 더 설명을 보태볼게요. 저는 우연히 중앙으로 떠밀리지 않은 다음에야 단체사진의 가장자리에 서 있습니다. 음식보다는 책 사진이 많고요. 남편의 웃긴 몸짓을 몰래 촬영하는 것을 즐깁니다. 거의 매 주말마다 놀러 가는데, 오래된 동네나 붐비지 않는 자연을 주로 찾아갑니다.


저를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에너지의 흐름으로 상상해 봅니다. 아마 당신에게도 지금의 저는 하나의 분위기, 막연한 느낌, 마주쳐도 모를 낯선 존재이자 글을 통해 우연히 만난 풍경 같은 것이겠지요. 언젠가는 당신을 우연히 만날 수도 있을까요? 그때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미래에 펼쳐질 풍경이 궁금해집니다.




나의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꾸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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