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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5. 온전히 나를 위해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나답게 느껴질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 보아요.

by Jee

제게 수영은 관능입니다. 물과 접촉하는 순간 피부에 닿는 차가움을 느끼고, 물결 아래 일렁이는 빛 그림자를 바라보며 태양을 느끼고, 물속에 들어가 있을 때 들려오는 먹먹한 소리에 내밀함을 느끼고, 물이 나와 함께 진행할 때는 사람이 아닌 것과 친구가 되는 환희를 느낍니다.


수영을 좀 더 배우고 싶습니다. 갈치처럼 배영을 하고 날치처럼 접영을 하는 게 꿈입니다. 튀니지에 있는 3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수영장에 가고, 주말에는 바다에 갔어요. 표면에서 부서지는 파도 말고 물밑에서 울렁이는 파도를 느낄 수 있게 되었던 순간, 그 파도에 올라타면 몸이 2배로 빨라지는 순간을 더 자주, 더 길게 느끼고 싶어요.


서핑도 배우고 싶습니다. 몇 번 시도했는데 실패하고 있어요. 윈드서핑은 바람을 읽는 게 어려웠고, 파도를 타는 서핑은 보드 위에서는 일어서는 게 어려웠어요. 커다란 보드에 묶인 발목이 나를 폭력적으로 물속으로 끌고 내려갈까 봐 두려운 게 가장 크죠. 그래도 제대로 날 잡고 가서 며칠 동안 배워보고 싶어요. 파도가 보드를 업고 가겠지요. 언젠가는, 그런 황홀한 날이 오겠지요.


마지막으로, 해부학과 요가를 접목해서 배워보고 싶어요. 언젠가 새벽산책에 빠져있을 때(하루에 2시간은 걸었지요), 코어근육의 단련과 리듬감 있는 보폭의 조화로 어느 순간 횡격막이 쑤욱 내려가며 호흡이 밀려들어오는 걸 느끼고 환호했거든요. 그 이후로 해부학과 운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요가를 10년 정도 했는데, 정말 뻣뻣한 사람에서 약간 유연한 사람으로 진화했습니다. 적어도 호흡을 할 줄 알게 되었지요. 우리 몸의 생김을 좀 더 잘 알고 공을 들여 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나답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 느끼는 순간들을 좋아하는 건 확실해요. 내 몸을 느끼고, 내 몸이 외부의 것들, 바람, 파도, 물과 빈틈없이 만나는 것에 황홀함에 가까운 기쁨을 느낍니다.




나의 글쓰기가 나 자신과 세상을 바꾸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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