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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면씨 May 28. 2019

바다에 빠지다

다합

나의 아버지는 부산 사나이셔.

부산 사나이답게 물과 아주 친하시지.

그리고 수영을 아주 잘하셔.

안타깝게도 난 엄마를 닮아 수영을 못 해.

물에 뜨는 방법도 몰라.

그런 내가 깊은 물속을 누빌 수 있다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두려운 마음을 짓눌렀어.




첫 수업이 있던 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어.

잘할 수 있을까.

너무 떨렸거든.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어.

5살 이후로 처음인 수영복을 입고 그 위에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었어.

물속에서 헝클어지지 않게 긴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 내렸어.

긴장된 마음에 다이빙 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졌어.


스쿠버다이빙 첫 강의는 이론 수업으로 간단하게 진행되었어.

이튿날부터 본격적으로 바다에 들어가게 되었어.

입고 온 수영복 위에 전용 슈트를 입었어.

이론 수업에서 배운 대로 공기통에 장비를 체결하고 어깨에 메고 바다로 걸어갔어.

처음 라이트하우스(포인트 이름)를 봤을 때 어서 빨리 들어가고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무서움이 몰려왔어.

난 아직 바닷물에 얼굴이 닿는 게 무서웠던 거야.

혹시 몰라 강사님께 물었어.

“수강료 환불되나요..?”

그러자, 강사님은 씨익- 웃으며 말씀하셨어.

“안됩니다:)”

[라이트하우스] 물에 들어가는 첫 날은 대환장 파티로 기억한다.

얕은 곳에서 무릎 꿇고 앉아서 마스크에 찬 습기 제거하기, 마스크에 찬 물 빼기 등을 배웠어.

제일 난감하고 무서웠던 건 마스크를 벗는 거였어.

물 안에서 눈을 뜨라고?

그것도 바닷물에서?

강사님에게 엄지 척을 양손으로 해 보였어.

그건 물 안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상승하자는 신호였어.

물 밖으로 올라간 강사님이 “왜요?”라고 물었어.

“안돼요! 저 못해요!”라고 다급하게 외쳤어.

강사님은 한숨을 쉬더니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향하게 손짓하셨어.

“들어갑니다.”

꼬르륵-


어쨌든 돈은 이미 냈고, 환불은 안된다고 하니.

어쩌겠어. 어서 빨리 물이랑 친해져야지.

아주 하지 못하란 법은 없는지 며칠이 지나고 내 손엔 자격증이 쥐어졌어.

자격증을 손에 쥐었음에도 여전히 물과 친해지지 못했고 물을 무서워하고 있었어.

난 물과 친해지기 위해 펀 다이빙을 다녔어.

다닐수록 물속이 편해지고 바다라는 대자연의 매력에 빠져들었어.

아주 오래전, 엄마의 배속에 있을 때 이런 느낌과 비슷했을까.

[라이트하우스] 엉망인 자세로 황홀한 또 다른 세상을 누볐다.

바다보다는 산.

파란색보다는 초록색.

그런 내가 매일같이 파란 바다로 향했어.

스쿠버다이빙을 하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 쉬거나,

다합에 머물며 어느새 친해진 사람들을 만나거나,

스노클링을 하고는 했어.

이 모든 건 그를 만나 그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마법이 틀림없어.

[다이빙센터] 매일 아침을 이곳에서 시작했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은 날이 갈수록 열일을 하고 나는 바다에 들어가기까지 더위에 노출되는 것조차 힘겨워졌어.

여름을 제일 싫어할만큼 더위에 약하거든.

집에서 뒹굴 거리다 보면 프리다이빙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나 프리다이버들이 오곤 했어.

그때마다 청강한 것만 몇 번인지.

귀가 얇은 나는 궁금함과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프리다이빙 수강 등록을 해버렸어.

워낙 자유로운 걸 좋아하는 완이는 스쿠버다이빙 대신 프리다이빙을 하기로 했어.

프리다이빙을 하려면 서로의 상태를 봐줄 버디가 필요한데, 자연스레 완이가 내 버디가 되었어.


나와 완이는 가현 언니에게 배우기로 하고 세션에 들어갔어.

그런데 문제가 하나 발생했어.

이퀄라이징(수압을 밀어내기 위해 코를 막고 숨을 내쉬면 귀가 ‘뻥’하고 뚫리는 것)이 문제였어.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프렌젤이라는 이퀄라이징이 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연습을 해도 아무리 배워도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되질 않았어.

완이는 물에 들어가면 갈수록 점점 더 깊이 들어가는데 나는 제자리걸음이었어.

이퀄라이징 연습을 위해 매일 노즈클립을 달고 다녔다. 겉모습만큼은 전문가.

결국 다합을 떠나는 날까지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따지 못했어.

사실 내가 잠시 내려놓은 거야.

간신히 친해진 바다인데.

프리다이빙을 배우며 바다가 더 좋아졌지만 안되는걸 억지로 하려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더라고.

맞아.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래.


가현 언니가 블루홀(깊은 수심으로 홍해의 보석이라 불린다.)로 교육을 하러 가는 날이면 수영복을 입고 따라갔어.

그냥 물을 즐기기 위해서였어.

여전히 물이 무섭긴 하지만 물에 들어가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바다와 친해지는 느낌이 좋았거든.

저 아래 보이는 스쿠버다이버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바로 눈앞에 색색깔의 물고기들을 보기도 하고.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의 소리를 배경 삼아 풍류를 즐기기도 했어.

다합은 포르투와는 느낌이 확 다르지만 포르투만큼이나 좋아하는 도시가 되어버렸어.


[라이트하우스] 때로는 포기가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


그렇게 다합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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