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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면씨 Apr 24. 2019

Hola!

스페인

Hola!


첫 여행지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였어.

정열과 플라맹고의 나라.

그와의 시차는 한 시간.

괜히 마음이 설레더라.

공항에 도착해 와이파이 연결을 하니 그로부터 카톡이 와있었어.

“Welcome to Europe”




파아란 하늘과 뜨거운 태양, 시원한 바람을 타고 느껴지는 항구도시 특유의 바다 내음.

여행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날이었어.

이 곳의 푸르른 날씨와는 달리 그가 지내는 포르투에는 우기가 찾아왔어.

그는 우울한 포르투를 잠시 떠나 스페인으로의 여행을 결정했지.

마드리드로 갈까, 바르셀로나로 갈까 고민하던 차에 때마침 뜬 바르셀로나행 특가 항공권.

짓궂은 비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설렘과는 달리 내 커다란 배낭은 러시아에 머물러 있었고, 씻지도 못한 꾀죄죄한 몰골에 누런 쌩얼로 도심을 거닐어야 했어.

다음날이 되어서야 내가 머물던 호스텔로 배낭이 배달되어 왔어.

기쁜 마음에 예쁘게 꾸미고서 호스텔을 나서는데 저 멀리 학생들이 보이는 거야.


“Hola! Buenos dias! (안녕! 좋은 아침!)”

미리 공부해둔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넸어.

그러자 내게 돌아 온건 돌멩이와 가운데 손가락과 거친 욕이었지.

“Fuck you! Chinese! Get out of here!”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의 공격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 도망쳤어.

방방 뛰어대는 심장소리에 맞춰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나 방금 호스텔에서 인종 차별당했어. 장난으로 놀리는 게 아니라 돌을 던지더라..”

“엥? 호스텔에서? 누가? 안 다쳤어?”

“그냥 어린애들이었어. 다치진 않았는데... 으아 무서워.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려.”

“헐.. 거기 숙소 예약 며칠이나 했어?”

“여기? 앞으로 4일이나 더 묵어야 해..”

“나머지는 일수는 환불받고 옮겨. 내가 호스텔 링크 하나 보내줄게.”


나는 곧장 리셉션으로 향했어.

직원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던 일을 말했더니 마치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환불을 해주었어.


몬주익 언덕에도 오르고, 현지 친구와 바르셀로네타 해변에도 갔었던 이 날.

아침에 있었던 무섭고 불쾌했던 일 때문에 내 하루는, 적어도 내 기분은 엉망이었어.

중간중간 외국인들과 눈이 마주치면 아침의 기억이 떠올랐어.

어서 빨리 좋은 추억을 만들어 덮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지.


이튿날, 그가 알려준 호스텔로 짐을 옮겼어.

그리고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러 갔지.


지하철 역 위로 올라오자마자 내 입에서는 감탄사가 쏟아졌어.

너무 웅장해서 카메라 속에 모든 것을 담을수는 없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웅장함은 키가 큰 나를 작은 아이로 만들었어.

가우디의 천재성에 놀라고, 그의 신앙심에 놀랐지.

반나절이라는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고 호스텔로 돌아왔어.

이 감동이 사그라져버리기 전에 어디든 기록하고 싶었거든.


또 와야지 다짐하며 뒤돌아 섰지만 몇번이고 돌아봤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어.

지금도 그 순간이 또렷하게 기억나.

난 이층 침대에 엎드려 일기를 쓰고 있었어.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지.


“안녕!”


해맑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어.

멈춘 시간을 깨운 건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


조금 이른 봄, 우리는 포르투가 아닌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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