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그는 내게 여행을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주겠다고 했어.
그렇게 그와 일정을 같이 보내게 되었지.
처음 그와 함께 한 것은 ‘Free Walking Tour’였어.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인 나, 그도 나와 같았어.
나이스! 공통점 발견:)
바르셀로나의 시내와 주요 관광지를 걸어 다니며 역사에 대해 듣고 도시의 지리를 눈에 익혔어.
영어를 잘 못하는 나는 그를 졸졸 따라다녔어.
영어 만렙인 그가 나에게 가이드의 말을 통역해 줬지.
그러던 중에 “이쪽으로 오래”하고 그가 손을 잡아끌었어.
잡은 손은 투어가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았지.
그도 나를 마음에 품었던 거겠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그는 내게 그의 현지인 친구를 만나러 가자고 했어.
그가 지난해 멕시코 과나후아또에서 만난 친구인 ‘루벤’
루벤은 바르셀로나의 대학교에서 지질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친구였어.
우리는 조용한 밤거리를 거닐어 펍에 도착했어.
술이 들어가니 영어가 술술 나오더라.
루벤과 나는 나이와 언어를 뛰어넘은 친한 친구가 되었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루벤을 만나 술잔을 부딪히며 스페인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나눴어.
“춥다는 스페인어로 어떻게 말해야 해?”
“Tengo frio.라고 하면 돼.”
“건배는?”
루벤은 잔을 내밀며 말했지.
“Salud!”
짠! (꼴깍꼴깍), 캬 좋다.
손잡고 데이트하고 누가 봐도 우린 커플인데 그는 “사귀자”라는 말도 없고 확신을 안주더라고.
‘아, 이 녀석 혹시 재미만 보고 포르투로 가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
그와 루벤과 몬주익 언덕의 매직 분수쇼를 보며 맥주를 마신 날, 술의 힘을 빌려 진상 짓을 가장한 고백을 했어.
“그래서 사귈 거야 말 거야? 재미만 보고 도망가려는 속셈이지!”
다음 날, 깨질 듯이 아픈 머리를 쥐어 잡고 눈을 떴어.
술의 힘을 빌린 나의 진상 짓 덕분에 우리는 사귀게 되었지.
사귀기로 한 첫날에 우린 스쿠터를 빌렸어.
좋은 스쿠터도 아니었고 헬멧은 마냥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내 얼굴을 찌그러뜨렸어.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이날은 이날 그대로 낭만으로 가득했으니까.
바르셀로네타에서 해변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기도 했고,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가서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하기도 했어.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만나 바르셀로나에서 만남을 시작한 우리.
그는 학생이었기에 포르투로 다시 돌아가야 했어.
그리고 나는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고 마드리드로 갔다가 포르투로 가려했지.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전에 기상 일보를 찾아봤어.
기왕이면 비를 피해 여행하고 싶었거든.
비, 비, 비, 비,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