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순례 1일 차 '23.05.17 (수)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by 햇빛찬란

어제는 생장의 순례자사무소를 들러 순례자여권(끄레덴시알)을 발급받았다.

우리 일행은 생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생 빨래( St.Palais)에 있는 작고 조용한 Hotel de la Paix라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오늘은 드디어 도보순례를 시작하는 날이다.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어젯밤은 어떻게 잠을 잤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 날 아침에는 공기가 쌀쌀했다는 생각만 든다.




순례자표시인 가리비를 배낭에 단단히 묶어 매달아 놓았다.

10분남짓 미니벤을 타고 오리손까지 올라가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피레네산맥의 웅장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게 현실이라니!

우리는 미니벤을 타고 편하게 오리손산장까지 이동해서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래 생장부터 걷는 순례자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리손 산장에서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는 서둘러 출발하지 않고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 잠시 의자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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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커피를 시켜놓고 마시지는 못했다.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또 도보 첫날이어서 자연화장실이용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대자연의 푸르름에 한없이 겸손해지는 마음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많은 유투버들이 올린 동영상들을 봤는데 이 푸르름이 내 눈앞에 펼쳐지니 감격스러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냥 이 길에 서있는 내가 자랑스러웠고 대견했고 너무나 기뻤다.



지나치는 순례자들에게 부엔까미노~라고 인사를 하면서 나는 내 목소리가 떨리는 걸 느꼈다.

내가 걷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 좋아서 힘든지도 모르고 걸었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여기가 천국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길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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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손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18km를 걷는 동안 식당(bar)이 없어서 나는 행동식을 준비했다.

찬물만 부으면 따뜻한 요리가 되는 즉석밥이었는데 대성공이었다.

우리 일행은 출발은 같이 했지만 걷는 동안 다 흩어지게 돼서 만나지 못하다가 거의 도착할 때가 돼서야 한 명 두 명 만나게 돼서 숙소까지 같이 걷게 되었다.

론세스바예스 마을 입구에서 다다르자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한마음이 돼서 시냇가에 앉아 족욕을 했다.

정말 물이 차가워서 발의 피로감이 싹 달아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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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첫날 피레네산맥 넘기는 무사히 마쳤다.

론세스바예스는 작고 고즈넉한 마을이었다.

마을초입에 큰 알베르게 마당을 지나 예스러운 성당옆이 우리의 숙소 Hotel Roncesvalles이다.

산장느낌의 예쁜 호텔이었다.

순례길만 아니었다면 공기 좋은 산속에서 며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녁이 되니 바깥공기가 차갑게 느껴졌지만 나는 혼자만의 축배를 들었다.

너무나 감동이 큰 하루였고 이 길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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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후 호텔옆에 있는 성당의 저녁미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미사 후에 성당 곳곳을 설명해 주는 친절한 신부님이셨다.

우리는 보답으로 성당 지하의 비밀의 방에서 다 같이 울림을 느끼며 아리랑을 불렀다.

행복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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