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언덕에 오르다.
오늘은 나바라(Navarra) 주에 해당되는 팜플로나(Pamplona)에서 뿌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까지 25km를 걸었다.
버스는 도심 어딘가에서 우리를 내려주었고 까미노 표시를 따라 걷다 보면 밀밭이 펼쳐진다.
걷다가 bar를 만나면 커피를 마시고 세요를 찍고 잠시 앉았다가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5월의 순례길은 푸른 밀밭에 핀 개양귀비꽃으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걷다가 만난 작은 마을.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초입에 성당이 있었고 나는 여기서 처음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에게 쓰임이 되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아직 도보순례가 편한 상태가 아니어서 마음속에서는 약간의 긴장이 있었고 컨디션도 아주 좋은 상태는 아니어서 여행자의 여유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
예쁜 마을을 만나서 느긋하게 와인도 마실 수 있었지만 걸을 길들이 걱정이 돼서 그냥 지나쳤다.
너무 예쁜 작은 마을이었다.
나는 걱정이 너무 많다..
예쁜 마을을 지나자 길이 좁아지고 언덕이 시작된다.
여유롭게 와인이라도 마셨다면 허덕거렸을 것 같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고 그냥 계속 걷는다.
어제는 광활한 자연에 압도된 느낌이라면 오늘은 파란 하늘을 구름을 타고 걷는 느낌이다.
좁아진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멀리 보였던 풍력발전기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언덕 정상까지 올라가니
어머나 여기가 용서의 언덕이었구나!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고 사진으로만 보던 장소가 내 눈앞에 펼쳐지니 너무나 신기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자갈돌들이 많은 내리막길이다.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조심조심 걸어 내려왔다.
걸으면서 내 마음속에 용서할 것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동글동글한 조약돌처럼 내 마음도 모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걷기 일정이 순항 중이다.
점심을 먹으러 Bar로 가는 길에 만난 성모마리아상은 오래전 일본인 순례자가 순례도중 많이 아펐을 때 이 지역에서 큰 도움을 받고 순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몇 년 후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이곳에 다시 와서 성모마리아상을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순례길에 있는 작은 성당들은 예전에는 순례자의 숙소로 사용된 곳도 많이 있었고 지금도 도네이션을 받으면서 순례자들에게 물과 음식을 제공해 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점심은 알베르게와 같이 운영되는 레스토랑이었는데 날씨도 좋고 공기도 깨끗하고 거위 간 패티가 들어있는 햄버거와 맥주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점심을 먹고 다시 걷는다.
Obanos마을을 지나 3km 정도를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 뿌엔테 라 레이나가 나온다.
걷기를 마친 후에도 오늘은 오후에 성당투어도 하고 마을의 유명한 다리도 구경하고 예정에 없던 와인 무료 시음대까지 가볼 수 있었다.
성당은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일정에서 유명한 성당들을 많이 가보게 되었다.
나무십자가 예수님상이 유명한 성당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유명한 다리를 지나 우리는 로그로뇨(Logrono)로 65km 이동했다.
오늘 묵을 숙소는 양송이 타파스가 유명한 중심가에 위치한 Hotel Los Bracos 호텔이다.
바쁜 하루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7시까지 정말 하루가 알차다.
씻지도 못한 채로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파타스 거리구경을 나가보기로 했다.
5월 중순이어도 꽤 쌀쌀했다.
호텔에서 타파스거리가 3분 남짓 정말 가까워서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의 여유를 즐겨보았다.
호텔에서 이렇게 푸짐하게 먹고 나갔는데 타파스 골목에는 맛있는 안주들이 가득했다.
여기도 유튜브로 보고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제니퍼가 한 사람씩 현지인과 같이 사진을 찍으라며 가계 안으로 나를 밀어서 얼떨결에 들어갔다. ㅎㅎ
스페인은 밤 9시가 넘어서야 어두워진다.
즐거웠던 밤이다.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서 걷고 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