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순례 4일 차 '23.5.20 (토)

나는 누군가에게 악마가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다.

by 햇빛찬란

벌써 4일째 걷고 있다.

매일매일이 다른 길인데 나는 걱정이 많다.

약 먹고 발관리하고 룸메이트선생님과 불편한 느낌이 추가돼서 아주 불편했다. 하지만 어제 결정을 했다.

독방신청을 다시 취소했고 그냥 잘 지내보기로 했다. 추가요금도 많지만 그것보다 남은 일정동안 불편해질 관계가 더 문제일 것 같았다. 혼자온 사람들은 우리 둘을 빼고는 모두 독방을 사용하셨다. 그만큼 낯선 사람과 같은 방을 쓰는 건 정말 도전이었다. 도중에 독방신청을 하면 다른 사람들과도 더 불편해질 것 같아서 내가 꾀를 부렸다. 나는 순례자모드로 침묵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렸고 조용하게 지내는 게 어색했지만 나는 훨씬 편안해졌다. 그분은 조용하게 계시는 게 나보다 더 힘드셨을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칠 무렵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게 되어 다행스러웠다.


마음속이 복잡했다.

순례길을 왔으니 뭔가 마음속의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뭔지 모르겠지만 깨달음 같은 위대함은 아닐지라도 뭔가 얻어가야 할 것 같았다.

이것도 욕심일까?

여기까지 왔으니 뭔가 얻어가고 싶고 깨달음을 얻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자 오늘도 걷기 위해 길을 나선다.

오늘은 까스띠야 레온( Castilla-Leon) 주 부르고스와 팔렌시아를 걷는 날이다.

전용버스로 까스트로헤리스(Castrojeriz)로 이동해서 이곳에서 프로미스타( Fromista)까지 26km를 걷는다.

20230520_104431.jpg
20230520_095513.jpg
20230520_091813.jpg

멀리 보이는 산을 넘어서 걷다 보면 작은 성당이 나온다. 이 성당은 오래전 순례자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지금은 물이나 커피등을 마실 수 있도록 기부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성당에서 세요도장을 찍고 나와 마을을 지나면서 보이는 바에 들어갔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 바에서 미니멀유목민 박작가가 영상을 찍은 걸 본 것 같다. ^^

20230520_110239.jpg
20230520_113723.jpg
20230520_114240.jpg

앞으로도 갈길이 멀다. 아직 발이 적응되지 않아서 온통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이고 걷는다.

앞으로도 한참을 걸어야 하니 든든히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까미노 표시만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

표시마다 남은 킬로수가 적혀있다.

이 길은 끝이 있다는 거다.

까미노 표시마다 괜히 더 사진이 찍고 싶어 진다.

20230520_121050.jpg
20230520_134402.jpg
20230520_134029.jpg
20230520_134046.jpg

걷다가 지치면 벤치에 앉아 신발을 벗고 멍 때리고 하늘을 본다.

아름답다.

하늘이 구름이 공기가 참 맑고 차갑고 시원했다.

이날은.. 아직도 한참을 더 걸어야 한다.

걷다가 마을을 많이 지나가는데 까미노표시가 안 보여서 잠깐 헤매다가 다시 길을 찾았다.

20230520_135815.jpg
20230520_135924.jpg
20230520_140158.jpg

길마다 다른 느낌이 든다.

오늘 걷는 길도 예쁘고 다양하다.

긴 가로수길을 지나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길인 운하가 있는 강을 옆에 두고 걷게 된다.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걷기에만 집중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일행들이 올 때까지 프로미스타광장까지 가서 맥주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20230520_141234.jpg
20230520_142553.jpg
20230520_142534.jpg
20230520_143056.jpg
20230520_143101.jpg
20230520_152358.jpg
20230520_152723.jpg
20230520_153319.jpg

오늘 걷기도 끝이 났다.

우리는 버스로 135킬로를 이동해서 레온으로 간다.

Hotel My Palace Leon이라는 호텔이었는데 러브호텔처럼 샤워부스가 훤히 다 보이는 방이었다.

룸메이트 선생님과 서로 약간 서먹서먹했는데 정말 깨는 방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고 오늘은 내가 우리 일행 중 걷기를 제일 빨리해서 날아왔냐는 얘기를 들었다.

저녁식사 후에 유명한 성당을 구경했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가우디건축물이 있었던 곳이다.

여행이 이제 중반에 접에 들고 있는데 아직 속이 조금 답답한 느낌이다.

이끌려서 다니다 보니 자유로움이 조금 아쉽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20230520_212552.jpg


이전 09화도보순례 3일 차 '23.5.19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