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순례 5일 차 '23.5.21 (일)

철의 십자가로 가는 길

by 햇빛찬란

오늘은 까스띠야 레온 (Castilla-Leon) 주의 레온 구간을 걷는 날이다.

라바날 델 까미노 (Rabanal del Camino)에서 엘 아세보(El Acebo)까지 17km를 걷는다.

벌써 한국을 떠난 지 일주일이 되었다.

날짜 가는 것도 모르고 벌써 도보 5일째다.


오늘은 한국에서 가져온 돌멩이를 철의 십자가라는 곳에서 내려놓는 날이다. 오기 전부터 집에 있는 돌멩이를 하나 준비해오라는 얘기를 들어서 나는 화분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하나 챙겼다. 작은 돌에 앞뒤로 나의 마음의 글로 적어서 준비해 왔다. 먼저 세상을 떠난 가까웠던 사람들에게 보고 싶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또 50세가 된 나를 응원하고 싶었다.

앞으로 힘내서 잘 살아가자는 어쩌면 나에게는 오늘이 순례를 떠나온 목적이기도 하다.

우리 일행은 아주 예쁘고 고즈넉한 성당과 알베르게가 있는 곳에서 출발을 했다. 이 지역은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하는데 우리 일행들 중에는 날씨요정들이 많이 계셔서 화창한 하늘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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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일요일이었고 이곳 성당에 새로 부임하신 한국 신부님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가이드 제니퍼 님이 해주셨다. 운이 좋으면 신부님이 해주시는 순례자의 기도도 들을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 일행은 신부님이 해주시는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여러분은 여기 왜 오셨나요?

이 길에서는 누구나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도 될 수 있습니다.

힘든 도보순례길을 걷는 동안 여러분들 모두 예수님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젊은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모두에게 큰 울림이 되었고 대부분의 일행들이 눈물을 흘렸다.

순례길에서 나의 눈물은 메세타길을 걷는 도중 터져버렸고 며칠 전 작은 성당에서 한 나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주셨다. 우리 일행 중 아픈 한 분에게 내가 가져간 약이 큰 도움이 되어 그 분과 나는 이미 특별한 인연이 되었다. 철의 십자가를 걷는 오늘 건강을 회복하신 안젤라선생님과 같이 걷게 되어 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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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철의 십자가 앞까지 걸어왔다.

다들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있다. 도착하니 룸메이트 백쌤이 계셔서 얼른 올라가시라고 먼저 사진을 찍어드렸다. 백쌤도 울컥하셨는지 눈물을 흘리시면서 내려오셨다. 여기는 많은 순례자들의 염원들이 쌓여있는 곳이어서 모두에게 큰 울림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제시카 님에게 사진을 부탁드렸다.

나의 마음의 무거운 짐들도 모두 여기 내려놓으리라.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순례가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이 순간을 기억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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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은 날카로운 돌들이 많다고 해서 나는 그냥 버스를 타기로 했다. 나와 특별한 인연이 된 안젤라선생님과 바에 앉아 와인을 마시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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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이 모두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리는 폰페라다(Ponferrada) 제니퍼 님의 동네로 18km를 이동해서 갔다. 폰페라다는 템플기사단 성곽과 성당이 유명한 독특한 도시였다. 이날 저녁은 성당에 가서 저녁미사를 드리고 늦게 호텔로 들어가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늦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성당에 함께 간 일행 중 가장 고령이신 분이 순례길에 오게 되신 가슴 아픈 사연을 듣게 되었다. 미국유명대학의 연구원이었던 막내딸이 코로나로 죽은 후에 그 딸이 좋아했던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를 읽고 딸대신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가슴이 아펐고 존경스러운 어른이셨다. 오늘도 가슴 벅찬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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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으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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