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보 맛집 하지만 그림의 떡...
어젯밤에는 배에서 전쟁이 났다. 큰일 났다. 과식해서 배탈이 나는 일은 어릴 때를 빼고 생긴 적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조식시간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누워 있었다. 그냥 호텔에서 쉴까를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챙겨 온 비상약들을 이렇게 정성껏 다 먹어보긴 처음이다. 약의 효과를 제대로 경험하게 되었다. 약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약의 효과를 믿고 힘을 내서 출발을 했다. 오늘은 빨라스 데 레이에서 리바디소(Ribadiso)까지 26km를 걷는다. 도중에 응급상황만 생기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오늘도 순례자들이 아침부터 많이 보인다. 예쁜 길들을 걷다 보니 조금 나아지는듯 한 기분이 든다. 하여튼 오늘은 음식을 조심해야 된다.
오늘따라 예쁜 Bar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냥 모두 지나쳤다.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고 먹으면 안 되는 상태여서 무사히 종착지까지 잘 걸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걷기에만 집중했다. 오늘은 뽈보문어요리가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다 같이 점심식사를 한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한 맛집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앉아있었지만 맛있게 먹지는 못했다. 뽈보요리는 문어를 잘 삶는 게 관건인듯하다. 뽈보도 한 번쯤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은 요리다.
점식식사를 하고 걷는 길은 많이 더웠다. 도심을 지나 숲길이 이어지는데 우리는 예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삼삼오오 같이 걸었다. 다행히 약기운에 걸을 만 했다. 오늘도 전체거리 중 일부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무리해서 걷지 않기로 했다. 한국 갈 날이 다가오기 때문에 몸의 컨디션을 잘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에는 발을 담글 수 있는 개울이 있었다. 너무 더웠지만 발을 담그니 얼음처럼 차가워서 오래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속옷차림으로 들어가 있는 외국여성은 정말 대단했다. 다른 사람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저 자신감 대단히 부럽다. 오늘저녁은 호텔에 도착하지 마자 그냥 누워서 저녁도 안 먹고 계속 잤다. 무사히 일정을 마친 게 정말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