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WORLD, new land
창문 밖으로, 멀리 공장 지대의 파란 불빛들이 밤이란 장막 아래 점멸하고 있었다. 차갑게 식은 공기 속에 미세한 진동만 남긴 채. 콧등 위로 내려앉은 안경의 무게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새벽이었다. 손톱 끝에는 오래전에 깨져 나간 조각의 희미한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작은 결함이 무언가를 영구히 상실했다는 증거처럼.
자정 무렵, 도시의 소음이 잠시 멈춘 틈을 타 희미한 기적 소리가 들렸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를 열차가 내는 고독한 울림. 그것은 흡사 닿을 수 없는 먼 곳에서 보내는 전보 같았다. 유리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분리된 나의 공간과 바깥의 무한한 세계. 우리는 각자의 정해진 궤도만을 따라 부유하는 작은 입자들이 아닌가.
벽에 걸린 시계 초침 소리는 마치 단단한 표면을 갉아먹는 벌레의 움직임처럼 들렸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끈적하게 달라붙어 늘어지고, 또 누군가에게는 가속되어 휙 지나쳐 버리는 기묘한 물질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붙잡고 싶었던 순간들은 형체 없는 그림자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이 투명한 절연체(絶緣體) 속에서, 우리는 왜 서로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주지 못했나. 그저 되풀이되는 무응답의 메아리 속에 각자의 쓸쓸함만을 확인했을 뿐.
가슴 한가운데에서 올라오는 무거운 갈증을 느끼며, 혀끝으로 느껴지는 미열을 의식했다. 간절한 부름에도 침묵하는 허공처럼, 우리의 존재는 영원히 미완의 질문으로 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