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입은 전쟁, 침묵하는 천사

서울시립미술관 《서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中 이용백 〈엔젤 솔저〉

by chae

이용백(1966-)은 1990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1995년 동 대학교 조각과 연구심화 과정을 마쳤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현대 사회와 문화, 정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는 모순을 시각화해왔다. 특히 1990년대는 냉전 체제가 종식되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나타나던 시기였으며, 한국 또한 민주화 이후 사회 전반이 빠르게 바뀌던 과도기였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기에서 이용백은 개인과 사회, 존재와 부재,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지점을 꾸준히 탐색해왔다. 대표 연작 <엔젤 솔저>, <브로큰 미러>, <플라스틱 피쉬>, <피에타>는 동시대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서로 다른 가치와 감정을 나란히 보여준다.


<엔젤 솔저>에서 ‘엔젤(Angel)’과 ‘솔저(Soldier)’라는 대비적인 단어의 조합은 단순한 ‘다름’이 아니다. 이는 순수함조차도 군사처럼 훈련하고 선함조차도 명령 체계에 갇히는 현대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역설을 드러낸다. 이는 천사 같은 군인일 수도 있고, 군인처럼 훈련받은 천사일 수도 있다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둔다. 작가는 ‘세상이 꽃밭이라면 군복도 꽃무늬일 것’이라 상상한다. 이는 얼핏 동화처럼 들리지만, 실상 거기로 스며든 현실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린 순간, 꽃이 상징하는 평화라는 기대는 금세 긴장으로 바뀐다. 꽃은 생명을 의미하지만, 이 사진에서 꽃은 생명을 위협하는 손길에서도 피어난다.


<엔젤 솔저_사진01>은 프레임 가득 만개한 꽃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사랑스러운 색색 꽃잎이 화면을 뒤덮고, 그 흐드러진 향연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그 화사함에서 우리는 불길한 징후를 느끼게 된다. 꽃잎 사이로 어렴풋이 드러나는 사람 형체, 꽃이 감춘 손, 그리고 그 손이 들고 있는 검은 총. 이용백은 꽃이라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전면에 배치하고 무기를 꽃과 뒤섞는다. 이처럼 <엔젤 솔저>는 평화와 폭력, 사랑과 공포, 아름다움과 불편함이라는 이질적인 감정 하나의 화면에 함께 놓는다.


우리는 이 장면을 평화를 소망한다고 읽을 수도,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꽃이 감춘 총, 총을 든 병사. 여기서 꽃은 단순한 장식인가, 아니면 위장인가? 병사를 뒤덮은 꽃은 전쟁 통에 피어난 평화인가, 혹은 총구를 감추고 현실을 은폐하려는 장치인가? 아름다움은 때로 불편한 진실을 덮는다. 만약 이 장면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용백이 <엔젤 솔저>로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꽃과 총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시선에 익숙해져버린 것은 아닐까.


아직 방아쇠는 당겨지지 않았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이 정지된 순간은 그 틈에서 관객이 사유하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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