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ORROW

침수

by chae

빽빽하게 들어찬 숨결과 낯선 피부의 냉기. 낡은 버스는 둔탁한 소음을 내며 강철로 엮인 다리 위를 건너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하릴없이 흘러가는 거대한 강물이 검은 비단처럼 펼쳐졌다.


이 다리가 확 무너지면 어떡하나, 라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수십 명이 한순간에 강물 속으로 낙하하는 아득한 광경을. 아, 이들은 잘못이 없지. 오직 나만이 홀로 튕겨져 나가 저 깊고 차가운 물속으로 풍덩 빠지는 장면을.


하지만 나는 물의 공포를 안다. 불꽃의 격렬한 파괴보다 더 섬뜩한, 질식의 고통을. 코와 입으로 쓸려들어오는 물을, 서서히 막혀가는 숨을, 그렇게 모든 것을 후회하다 결국 가라앉는 몸을 맞이할 용기는 없으니까. 이 모든 것은 상상일 뿐이다. 아주 못되고 무서운 악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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