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택한 비극은 이리도 찬란하구나.
천국보다 눈부시고, 지옥보다 뜨거웠던 그들의 삶이 이렇게 저물어간다. 삶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까. 억겁의 덩어리에서 태어나, 아무런 개념이 없이 그저 세상을 활보하고, 신에게 조아리고, 허공을 응시했을 뿐. 천사는 제 앞에 놓인 꽃을 밟으며, 악마는 죽은 영혼들의 내장을 밟으며. 원래 자신과 다른 존재에게 끌린다고 했던가? 과도하게 낭만적인 믿음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비현실적이더라도 단 한 번만은 환상 속에 살고싶었다. 아찔하고 위험한 이 감정에 휩쓸려, 스스로가 벼랑에서 떨어진다 해도, 그 마지막 숨까지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하며.
근묵자흑. 어둠 속으로 빛이 빨려들어간다. 웅크려서 서로를 껴안고 있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 어둠의 등에서 울컥 하고 주룩주룩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빛은 어둠을 더 세게 껴안으려 애쓴다. 버둥거리다가, 그렇게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 서로가 녹아내리는 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을.
어둠이여, 사랑했노라고.
나를 비추는 상쾌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빛과
신의 은총과 꽃의 미소를 포기할만큼
어둡고 뜨겁고 불쾌했던 너를
사랑했노라고, 빛은 말한다.
영원한 선, 영원한 악.
이제 그들이 가질 수 있는 건 서로 뿐이었다.
결국 이들도 신의 창조물이었으므로.